◆…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13개 세목의 세법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 김용진 기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안)이 지난달 30일 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의 실질적인 최대 난관인 법사위를 앞두고 세무사 시험 합격자에게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어찌보면 '상식'과도 같은 세무사들의 '숙원사업'이 현실화될 지 여부에 세무사 및 변호사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 왜 번번히 무너졌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 움직임은 지난 2003년 16대 국회 이래 17, 18,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끊임없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는 번번히 기재위 또는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국회에 다수 포진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세무사들과의 업역 다툼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변호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압박과,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율사(律士)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세무사법을 번번히 좌절시켜왔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변호사 출신 의원들의 비율이 높은 법사위는 물론, 상대적으로 경제통이 다수를 차지하고 율사 비율이 낮은 기획재정위원회에서조차 세무사법 개정안 논의를 꺼리는 경향이 짙었다.
실제 18대 국회 당시 조세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최경환 당시 조세소위원장이 법안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을 '용기있는 변호사'라고 평가하는 한편 나성린 전 의원은 "양쪽 의견을 다 들어봐야 된다. 잘못하면 중간에서 우리가 피 터진다"라고 발언하기도 했을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18대 국회에서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제도만 폐지된 것도 결국,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공인회계사회 부분만을 공략해 법사위의 벽을 무사통과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3년만에 두드린 '법사위'의 문…열릴 수 있을까?
최초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를 시도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 2003년 16대 국회에서 김정부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에 의해 발의됐었다.
당초 원래 법안은 정부안으로 추진됐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특정 전문자격사의 입장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고,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던 김정부 전 의원을 움직여 의원입법안으로 발의한 것이다.
지난 2003년 당시 개정안은 기재위를 원안대로 통과하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벽에 부딪히면서 법안이 대폭 수정됐다. 당초 취지였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는 무산됐고,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그대로 부여하되 '세무사 명칭'만 쓰지 못하도록 법안이 수정된 것이다. 그렇게 수정된 법안은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반면 이상민 의원이 제출한 법안들은 지난 17, 18,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번 계류되거나 임기만료 되면서 자동폐기됐다.
하지만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이 의원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일부 의원의 반대로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기재위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는 지난 2003년 이후 무려 13년에 걸친 지난한 노력 끝에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를 통과, 법사위의 문을 다시 두드리게 됐다.
하지만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지난 2003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법사위에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우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에는 17명의 위원 중 12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이들에게 '상식'이란 다른 무엇일 수 있다.
한편 세무사법 개정안이 상정된 법사위는 오는 7일 오전 10시 개회될 예정이다.
◆…법사위원 17명 중 12명이 율사 출신 = 세무사법이 본회의 표결에 오르기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는 17인의 법사위원 중 12인이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무사법이 법사위 문턱에서 대폭 수정되거나 법사위 문턱에도 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