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시당. (사진 민중의 소리 동영상 캡쳐)
성난 민심에 비박 9일 '조건 없이' 탄핵
與당사 계란 세례…대구에서도 '탄핵' 목소리
흔들렸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열차'가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사상최대 '232만'의 분노한 촛불민심이 새누리당을 압박하면서 탄핵열차를 궤도로 다시 진입시켰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 대통령 즉각 사퇴 및 탄핵 가결을 외치는 촛불 민심을 다시 확인하고 오는 9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전격 선회하면서 막판에 탄핵열차에 탑승했다.
하지만 9일 전까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를 선언할 경우 탄핵열차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할 경우, "탄핵은 불가하다"고 밝히고 있어 막판까지 '탄핵 가결'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비박계는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앞장서 탄핵을 외쳤지만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문 이후, 탄핵안 의결에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 '4월 퇴진, 6월 대선'에 발 뺀 비박계, 성난 민심에 '역풍' =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문에서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 담화 내용이 '사실상 하야'라고 해석했고, 탄핵이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비박계 역시 친박 지도부가 내세운 '박 대통령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확정하는데 손을 들어줬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아닌 '사실상 하야'라는 애매한 말로 야당이 압박해오던 2일 탄핵안 의결을 무산시킨 비박계로 인해 국민의당이 "비박계 없인 탄핵가결이 안 된다"며 지난 1일 야당 공조에서 빠져나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탄핵을 무산시키고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로드맵을 위해 '내각제 개헌'에 한 뜻을 품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에 대해 "새누리당 탄핵대오를 교란하고 개헌 논란으로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술책"이라고 한 지적처럼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 시나리오는 새누리당의 비박계와 국민의당을 흔들어 놨다.
분노한 국민들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새누리의당'이라고 부르며 싸잡아 비난했다.
□ 與-국민의당, 항의전화-문자폭탄…비박계 9일 탄핵 합의 = 지난 1일 SNS 등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 128명과 국민의당 38명 휴대전화 번호 문서가 떠돌면서 분노한 국민들은 이들에게 항의전화와 탄핵안 찬성을 압박하는 문자를 남겼다.
항의전화와 문자폭탄을 받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2중대'라는 성난 민심에 직격탄을 맞은 국민의당은 지난 2일 부랴부랴 긴급 의총을 통해 5일 탄핵안 의결 당론 채택에 나섰고, 이후 다시 야3당이 2일 탄핵안을 발의하고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보고 후 9일 의결키로 최종 합의했다.
□ '232만 촛불' 전국 與당사 계란 세례, 대구 분노 극에 달해 = 무엇보다 9일 탄핵안 의결에 힘이 모아진 데는 지난 3일 6차 대국민집회가 전국 사상최대로 진행된 게 컸다.
232만의 촛불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다시 한 번 박 대통령 즉각 하야 및 탄핵을 외쳤다.
특히 분노한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는 물론 대구, 창원 등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하며 새누리당을 성토했다. 여의도 당사 앞에서는 시민들이 계란을 던지고 '새누리당'이 적힌 커다란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에서는 그 분노의 소리가 더 엄중했다. 5만여 대구시민들이 모인 것 역시 사상 최대다. 분노한 대구시민들은 대구시당을 찾아가 새누리당 간판을 '정계은퇴당, 환관내시당, 공범이당'이라는 내용으로 교체시켜버렸다.
대구 시민들은 대구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만큼 책임지고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겠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사상최대로 모인 촛불이 이젠 박 대통령의 사퇴뿐 아니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까지 직접적으로 향하자, 새누리당 비박계는 '조건 없이' 박 대통령의 탄핵을 9일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비박계 주축의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5일 CBS라디오에 나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사다.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이 소위 '임기 연장'을 볼 수 있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탄핵을 분명히 처리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겠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5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민주를 비롯한 야당은 '흔들림 없는 탄핵'을 거듭 압박했다.
□ 비박, 9일까지 즉각 사퇴 시 탄핵 불가…野 "국민들은 타협 없다" = 문제는 9일까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를 선언할 경우다. 즉각 하야를 할 경우, 비박계는 탄핵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놔 막판 혼선도 배제할 수 없다.
황 의원은 "최소 29명은 탄핵 참가해 가결 정족수를 충실하게 지켜낼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할 경우 탄핵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퇴진 시점이 탄핵 처리 이후에 있다면 그것은 탄핵이 더 우선지위를 갖지만 만약 탄핵안이 상정되기 전 대통령이 즉시 하야하겠다고 하면 하야한 대통령을 향해 다시 탄핵을 할 수는 없다"며 "즉각 하야했을 경우에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기조절 등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다시 단계적 퇴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국민들에겐 타협이 없다. 탄핵안 가결이 '정의'"라며 "즉각 하야를 하면 법적으로 탄핵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대통령은 검찰에 소환될 것이다. 즉각 하야를 안하고 비박이 하야를 이유로 시기조절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를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비박계가 손에 피를 묻히기 싫다는 의미 아니겠나. 탄핵에 대한 명분 쌓기"라며 "박 대통령이 9일 전에 즉각 하야를 말할 일을 없을 것 같다. 아직도 '잘 못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이 이번 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자진 사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어 비박계가 다시 한 번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野 탄핵 '올인'…국회 농성·100시간 탄핵버스터 = 그러나 야당은 9일 탄핵 가결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탄핵안의 키는 여전히 비박계이기 때문에 비박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흔들림 없는 탄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치권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주권자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우리당은 오는 9일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까지 ▲매일 탄핵의총 ▲전 의원이 참여하는 100시간 연속 팟캐스트 ▲국회 내 촛불집회 ▲합동 의원총회 등으로 탄핵 시국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어떤 이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바로 여야가 '4월 하야, 6월 대선' 일정을 논의할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그것은 착각이다. 국민들은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기다리고 있을 뿐, 부결되면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직접 끌어내리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는 루비콘강을 건넜고, 탄핵의 외길만 남았다"며 "탄핵의 길에는 여도 야도, 친박도 비박도 예외일 수 없다.우리는 질서 있는 퇴진도 요구하지 않는다. 오직 탄핵뿐"며 친박계도 압박하고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