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재적 299명 중 찬성 234명…최경환 유일하게 표결 안 해
세월호 유가족 "촛불 국민 만세"…"새누리당 해체하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재적의원 299명 중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전체 의원 300명 중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은 '진박감별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유일하다.
헌정 사상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질서 있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오후 3시 본회의가 열린 후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의 박 대통령 탄핵안 제안 설명이 있은 후, 3시24분부터 표결이 시작됐다.
친박계의 방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친박계 역시 탄핵 민심 영향인지 큰 동요 없이 조용히 표결에 참여했다.
30여분 간 무기명 투표가 시작됐고 3시54분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정농단 사태를 지적하며 “더 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지난 수개월동안 국정 마비였다.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더 이상 혼란은 없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 위기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각종 구조조정과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들은 내일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얇아진 지갑에 소비는 줄고 자영업자는 한숨 쉬고 있다"며 "정부 공직자 여러분께 당부 드린다. 비록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될지라도 국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 상당부분 해소됐다. 공직자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해달라"며 "이제 탄핵안은 우리 손을 떠났다. 이 순간부터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헌정 사상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지난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와 달리 차분하게 진행된 데에는 민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2004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일방적인 탄핵안 가결로 인해 소수였던 열린우리당(여당) 의원들은 속수무책 가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며 이를 말리려 국회 의장석을 점거하려 했지만 수적으로 열세였다.
이후, 민심과 괴리된 채 탄핵안이 가결되자 당시 시민들은 광화문 거리로 나와 '탄핵 반대'를 외쳤으며 63일 후 헌법재판소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박 대통령 탄핵안은 압도적인 탄핵 민심에 여당 의원들마저 찬성으로 돌아서게 했다.
끝을 알수 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마주하며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한 달 넘게 외쳤다.
특히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이 4층 방청석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지켜봤다.
유가족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유경근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그날이 세월호 진상이 밝혀지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안산단원을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박순자 의원은 본회의 직전 4층 방청석을 찾아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걱정마시라"고 말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유가족들은 윤 의원이 세월호 사태 진상규명과 관련해 활동한 것을 이야기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숨죽여 표결과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투표를 하거나 자리에서 이동할 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가결되는 순간 "촛불 국민, 만세", "촛불 시민, 감사합니다"라며 외쳤다.
또한 "탄핵안이 가결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겨냥해 "이정현은 장을 지져라", "새누리당은 공범이다", "새누리당은 해체하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