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9일 결국 탄핵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299명 중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시켰다.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12년 만에 반복된 '비극'이다. 국회가 이날 가결된 탄핵소추의견서를 청와대에 송달한 직후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 헌재, 盧 탄핵 당시 판례 따를 듯 이르면…설 전 결정 =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조기대선'으로 빠르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헌재가 빠르면 두 달 안에 탄핵 심판 절차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63일 만에 탄핵심판 절차를 마쳤다.
탄핵심판 사건은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를 거치지 않고 박한철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인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곧바로 회부된다.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 심리가 마무리되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형식의 탄핵 결정을 선고하게 된다.
반면 이에 못 미치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정치권과 법조계 대다수는 앞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재가 결정했던 판례를 적용해볼 때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헌재는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야 할 정도의 중대한 범법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뇌물을 받는 등 부정부패와 헌법 위배, 국익 침해 등을 열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직권남용, 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이 주요 탄핵 사유로 적시됐기 때문에 당시 헌재의 판례에 따라 탄핵 찬성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故 노 전 대통령 때와 반대로 민심이 탄핵을 외치고 있어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관 때의 판결은 법조인으로서 인생을 마감한 후에도 이력으로 줄곧 따라다니기 때문에 중차대한 판결에서 민심을 외면할 경우, 불명예를 계속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헌재 역시 정치적 영향을 받는 곳이고 재판관들 이력에 판결이 평생 명예가 되거나, 낙인이 되어 따라다니기 때문에 민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헌재 결정 후, 60일 내 '조기대선'…내년 3~4월 '벚꽃대선' = 이에 정치권의 시계는 이제 '조기대선'으로 급격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찬성으로 심판되면, 헌법 제68조에 따라 탄핵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헌재가 이르면 내년 설 이전 결정을 내릴 경우, 조기대선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치러지게 된다.
12월 겨울 대선에서 이제 '벚꽃대선'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조기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맞는 것은 결국 야권이다. 야권은 현재 유력 대선주자가 많기 때문에 대선 경쟁구도가 급박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야권주자가 즐비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확한 로드맵을 밝히고 있지만,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 후부터 대선 경선 로드맵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 대선 경선 관리를 책임진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 8일 언론인터뷰에서 조기 대선과 관련해 "안정적인 당 시스템 하에서는 경선이나 대선 준비는 크게 염려하지 않고 할 수 있다. 항상 시험 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자신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 野주자 즐비 경쟁 치열, 문재인vs이재명 '박빙' = 현재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근소한 격차로 이재명 성남시장이 따라붙고 있다.
9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6~8일)에 따르면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 질문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반기문 UN 사무총장(각 20%), 이재명 성남시장(18%), 안철수 의원(8%), 안희정 충남도지사(5%) 순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의 경우에는 지난달 8%가 나왔던 것에 비해 10%포인트가 증가했다.
때문에 더민주 대선 경선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3자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가 36%으로 반 총장(31%), 안 의원(17%)을 따돌렸다(전국 성인 1,012명,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응답률 27%).
새누리당은 지지율이 높은 반 총장과 지지층의 기대를 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대결이 점쳐진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내년 3~4월 조기 대선이어도 반 총장과 유 의원은 가능성이 있다"며 "국정농단에 대한 쇄신과 당 혁신을 한 후에 둘이 경쟁이 붙으면 지지층 결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