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압도적으로 국회를 통과,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휘말리면서 가뜩이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한다고 하나 국정혼란이 불가피, 내년 예산 집행 등 각종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무섭다는(?) '정치 리스크'에다 미국 정책기조 변화, 브렉시트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상존,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들의 경영활동도 잔뜩 움츠러들 공산이 크다.
여러 리스크에 기업들이 투자 지갑을 닫아버릴 경우 소비 심리 저하로까지 파급, 경기회복을 지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하락,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책 현안 추동력 유지할 수 있을까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이나, 고용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중장기 구조개혁방안을 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6개월 시한부 경제운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 보단 현 정책방향을 다듬고 보완하는 수준에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 설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실제로 '벚꽃대선'이 치러져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기조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내년 예산안 집행기조도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환경 자체가 대단히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가 지도력에 공백이 생기면서 그나마 추진하거나 세워둔 대책들마저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탄핵안 마저 압도적인 표를 얻은 거야(巨野)를 최고 사령탑마저 상실한 정부가 상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쇼크'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의 발목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국제 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경제)성장세가 비교적 큰 폭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지지부진한 산업 구조조정, 가계 부채 등 산적한 대내외 악재로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稅收)도 줄어들면서 내년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 투자·소비심리 악화 우려…대외 신인도 걱정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제대로 안 되고 실업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혼미해진 정치환경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4% 감소했고 건설투자 역시 공공부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감소하며 0.8% 줄었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 상황을 "경기 회복세가 느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있느냐의 여부를 두고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기업 총수들 또한 경영에 제대로 전념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재도 겹쳐 있다.
정치 상황 불안은 소비심리 위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 또한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대비 6.1p 떨어져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가계부채에 청년실업 등의 산적한 난제들까지 안고 있다.
정부는 경제주체 심리위축이 우려될 때마다 '경제는 심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사회에 불안심리가 조성되면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대통령 탄핵만으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으나,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더해져 신인도 유지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경제팀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는 경제계 및 노동계 등과 잇따라 만남을 갖고 한국경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