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탐정단-정치 풍자…'촛불', 집단지성으로 거듭나다
촛불민심으로 나타난 국민의 힘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분노를 '집단지성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달 반 이상 지속적으로 열린 촛불집회는 사상 최대인 232만명의 시민을 광장으로 나오게 했고 박 대통령 탄핵안을 234표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이끌어냈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최순실 일가와 국정농단 관계자들은 네티즌들의 '패러디' 소재로 전락됐다. 7차로 이어진 촛불집회가 매주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데에는 시민들의 풍자와 패러디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인 것이 한 몫 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시민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거듭 풍자하고 희화화를 하며 권세를 누리던 이들을 조롱하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배령 패러디물
□ '수배령(?)' 떨어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법꾸라지'의 최후는? =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찾기에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시민들이 '탐정'이 된 듯, 우 전 수석의 행방을 좇고 제보를 하고 있다. 야권도 이에 발맞춰 우 전 수석에 대한 현상금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제보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청문회 증인 출석요구서를 발송한지 17일째로 오리무중이던 우 전 수석은 결국 13일 오는 19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 자신을 전방위적으로 옥죄어 오는 국민들의 비판과 제보 등에 부담을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지난 7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조특위의 제2차 청문회 당시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 입법조사관과 경위들이 김장자씨의 자택 등을 찾아갔지만 우 전 수석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동행명령장이나 출석요구서는 본인이 직접 받지 않으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우 전 수석을 향해 '법꾸라지'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국회와 국민을 우롱한 우 전 수석을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우병우 찾기' 운동에 나섰고 국정농단 국조 야당 위원들과 관련 보좌진들에게 제보를 하기 시작했다.
◆…SNS에 급속도로 퍼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배전단
정 전 의원은 "결정적 제보자에게 200만원을 내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각종 목격담이 올라오자 정 전 의원은 현상금을 500만원으로 올렸고 국조특위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500만원을 보태면서 현상금이 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국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100만원을 현상금으로 보태면서 합산액은 1200만원이 됐다. 시민들이 직접 모금한 금액도 700만원 이상으로 총 현상금이 21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 현상금이 걸린 전단지도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단지에는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우병우(남 50세) 키 175센티미터, 둥그런 얼굴에 안경을 썼고, 2:8 가르마 머리 말수가 적고 팔짱을 잘 끼고 눈을 잘 흘긴다. 변명을 잘하고, 아들은 '코너링'을 매우 잘하고 정강이라는 회사는 유령들만 다닌다"고 우 전 수석의 인상착의를 적시했다.
시민들은 충북 제천 등지에서 우 전 수석을 봤다는 목격담과 과거 영상을 찾아내 차량종류와 번호도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 '아바타'와 박근혜 대통령 합성 패러디물.
□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아박타(?)' =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이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대한 각종 패러디물에서도 넘쳐났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직책도 없는 한 사인(私人)에게 연설문 작성은 물론, 예산과 인사권까지 맡기는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꼭두각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영화 '아바타'와 박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해 '꼭두각시 대통령'을 풍자한 것도 많이 회자됐다.
대통령 패러디에는 국회의원들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 10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와 박 대통령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손 의원은 "재밌었겠다. 국민의 혈세로"라고 비꼬기도 했다.
해외 언론 역시 박 대통령을 희화하는 만화를 게재하며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 만화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6일 '한국의 최순실 스캔들'이라는 기사에 박 대통령 머리 속에 최순실이 앉아있는 모습이 담긴 만화를 실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 대통령의 조언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 기업들에게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패러디
□ "충성 충성 충성!" 이정현 ♥ 길라임 박근혜 = 또한 박 대통령이 강남 차움병원에 피부시술을 받으며 가명으로 사용한 '길라임' 역시 패러디를 낳았다.
지난 2010년 방영된 SBS드라마의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그대로 자신의 가명으로 사용해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깎았다.
평소 '드라마광(狂)'으로 모르는 연예인이 없을 정도라는 박 대통령이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지적수준과 정신수준을 의심했고 허탈해했다.
국민들의 조롱은 '박근혜의 남자'로 불렸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 후 "야3당과 여당이 협상해서 (대통령을) 오늘 그만두게 하든지, 내일 그만두게 하든지 실천하면 장을 지진다"고 말한 이 대표를 향해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민들은 '장을 지질 것'을 압박하며 장(掌)을 지지는 합성사진을 만들었다.
□ 다시 떠오르는 역사 속 인물…'김재규' = 특히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민들에게 재평가되는인물이 있다. 바로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故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다.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피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다.
실제 촛불 집회에서 한 시민이 '제2의 김재규를 찾습니다'라는 팻말을 만들어 집회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모 배달전용 앱의 광고를 이용한 패러디는 얼마 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르쇠'로 일관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했다.
불통과 독선, 폭력과 아집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부의 국민들의 분노는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신랄한 정치풍자로 폭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