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 표결했다. 감표위원들이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與 비박 '부역자8인' vs 친박 '배신자2인'
'낙동강 오리알' 된 김병준…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마무리할 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거대 쓰나미가 여권을 덮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탄핵안이 234명의 압도적 표결로 통과된 후, 그동안 부글부글 끓던 계파갈등이 고름이 터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자 피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에 대해 연일 입씨름을 했던 친박계와 비박계가 급기야 '배신자' 대 '부역자'로 서로 낙인찍으면서 당을 나가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
그동안 쌓여왔던 계파 갈등이 탄핵안을 계기로 피 터지는 분당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선정한 친박 강경파 '부역자 8인'
□ 수세 몰린 친박, 김무성-유승민 파상공세 = 무엇보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비박계뿐 아니라 친박계의 이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수세에 몰린 친박 강경파가 '마지막 전쟁'에 임하는 전사처럼 파상공세에 돌입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숨죽인채 지켜보며 박 대통령을 끝까지 비호했던 친박 강경파는 12일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섰다.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비박계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겨냥, 한 때 박 대통령을 모셨던 전력을 들먹이며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유 의원 역시 비서실장과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정책 메세지 전달 단장을 맡은 바 있다.
친박 행동대장인 이장우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을 향해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척 코스프레하는 배반·배신의 아이콘"이라고 비난했다.
수세에 몰린 친박 강경파가 '더 물러서면 끝장'이라는 판단 아래, 마치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최선의 방어는 최고의 공격'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는 야당과 무소속(더불어민주당 121·국민의당 38·정의당 6·무소속 7) 172명을 제외하고 새누리당에서 62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앞서 찬성입장을 밝힌 비박계 44명을 제외하면 친박계 내에서 18명이 이탈한 것으로 계산된다.
초재선 의원과 수도권 친박계 의원들이 압도하는 민심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배신자'라고 낙인 찍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 비박, 친박 강경파 '부역자 8인' 축출 리스트 = 비박계 핵심을 겨냥, 자신들을 향한 비박계의 공격을 흩트리고 친박계를 그 누구도 심판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비박계 역시 이날 비상시국회의를 통해 친박 강경파 8명을 거론하며 '탈당'할 것을 압박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황영철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 지도부와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을 '친박 주동세력'으로 김진태 의원을 촛불민심 우롱으로 지적하며 축출 리스트로 밝혔다.
새누리당의 분당 전쟁은 친박과 비박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친박, 비박 할 거 없이 박 대통령의 '꼭두각시 국정운영'과 일방통행 밀어붙이기에 대해 단 한사람도 제대로 비판을 하거나 제동을 건 이가 없다.
□ 촛불민심은 "새누리 해체"…친박-비박 책임 무거워 = 촛불민심이 '박근혜 퇴진'만이 아니라 '새누리당 해체'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친박은 물론, 비박 핵심이라는 김 전 대표와 유 의원도 각각 당 대표, 원내대표로 있을 때 청와대에 '직언'을 한 적이 없었으며 청와대에 끌려 다녔다. 유 의원이 지난 해 원내대표 당시 자신의 목소리를 냈지만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이가 틀어졌을 때 그는 "제가 앞으로 잘 하겠다", "화를 풀어 달라"며 박 대통령 눈치 보기에 바빴다.
설사 분당이 된다 해도 비박계 두 축이 박근혜 정부 공신으로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재창당에 이들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에 대한 분노가 크니 어떻게 해서라도 이대로 가긴 어렵다. 박 대통령이 탄핵선고 받고 구속되기 전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비박은 당당한가. 새누리당은 그 자체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책임이 있다. 촛불도 새누리당 해체를 말하지 않나. 처절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기면 다음 총선은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낙동강 오리알' 된 김병준, 9일까지도 내정자로 출근 = 박 대통령 탄핵안 쓰나미에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와 경제부총리로 내정됐던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휩쓸려갔다.
이들은 지난 11월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논란이 거셀 때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로 전면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김 내정자에게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보장한다면서 국회를 설득했지만 민심을 더욱 이반시키는 역풍으로 작용했고 야권 역시 인사청문회를 보이콧 했다.
그럼에도 총리직에 미련이 많았던 김 내정자는 총리 후보자로서 자진사퇴를 하지 않은 채, 야당의 입장이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와 박 대통령의 임명 철회를 압박했지만 박 대통령도 김 내정자도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거센 여론에 박 대통령은 11월8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 합의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해 김 내정자 지명을 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박 대통령이 '철회'라고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김 내정자는 국회 합의 총리로 자신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음을 기대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까지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총리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나타냈던 그는 탄핵안 가결과 함께 총리 내정자로서의 활동을 쓸쓸히 마감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로 국무총리 내정자에서 내려온 김병준 국민대 교수와 경제부총리 내정자에서 내려온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종룡도 금융위원장으로 마무리…"조기대선 상황, 새 각료 맞지 않아" =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탄핵 쓰나미로 경제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될 공산이 매우 크다.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갖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황 권한대행은 유일호 경제팀을 향해 "책임감을 갖고, 각종 대내외 리스크와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정부를 운영하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무엇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중요시 되어 유일호 경제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피의자'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헌법재판소 역시 탄핵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조기대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새롭게 앉히는 것은 무의미해 현재 금융위원장으로서 직책을 완수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 모두 심판대상이지만 국정운영을 위해 잠시 권한대행을 하는 것"이라며 "일을 추진하기보다 민생을 돌보고 국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조기대선이 확실한데 이제와 경제부총리를 새로 임명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이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하기로 했다.
총리실 관게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야 8개월밖에 지속되지 않는 만큼 정책의 연속성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유일호 경제팀을 유임시킬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