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기도 해보아도...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을 지켜보며 고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압도적으로 국회를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시켰다.
특히 탄핵소추안이 탄핵 가결 정족수인 200석 이상을 훌쩍 뛰어 넘는 234표를 얻은 것은 새누리당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까지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친박계의 붕괴는 곧 새누리당의 분당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與 비주류 44명, 친박 18명 찬성…강경 친박 '폐족'되나 = 박 대통령 탄핵을 외쳤던 야당과 무소속(더불어민주당 121·국민의당 38·정의당 6·무소속 7) 17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면 새누리당에서 62명 의원이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앞서 비박계 중심의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최종 회동에서 참석 인원 33명 전원이 탄핵 가결을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인사들 중 10명의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비례대표인 신보라 의원이 자신의 SNS통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신 의원까지 포함해 총 44명의 비주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을 빼면 친박계 내에서 18명의 이탈자들이 나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계산된다.
친박 강경파는 본회의 직전까지 의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하면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한 '진박감별사' 최경환 의원은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 없는 지도자"라고 옹호했다. 또 "특검을 통해 죄가 밝혀지면 탄핵은 물론 처벌을 받을 터인데 뭐가 급해서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냐"며 비박계를 겨냥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다.
친박계의 붕괴로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분당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분노한 민심의 뜻에는 따랐지만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만 비박계와 박 대통령을 끝까지 비호했지만 민심으로부터는 '역적'이 된 친박계간 갈등이 수습이 어려울 지경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비박, '친박부역자' 명단으로 쇄신 박차…친박 반발 가능성 커 = 탄핵안의 압도적 가결로 전열을 정비한 비주류 진영은 이를 계기로 친박계 인적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가 당 주도권을 잡고 지도부 사퇴를 압박하고 당 혁신과 쇄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통과되면 벌써 사퇴했어야 하는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하고, 새누리당은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이 보수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건전한 보수 세력에게 그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친박 부역자 5적' 또는 '10적'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을 리스트로 정리해 출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인적청산', '현실적으로 불가능', '탈당' 등이라고 적은 메모가 사진 기자에 포착되기도 해 분당 국면에 놓인 새누리당 분위기를 보여줬다.
□ 김무성-유승민 '원조 친박'…촛불은 "새누리 해체" = 문제는 비박계 역시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를 한 만큼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 역시 박 대통령 퇴진뿐 아니라 '새누리당 해체'를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박계 두 축인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한 때 '친박'이었다는 사실 역시 이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이었고,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 후보 비서실장으로 최태민 일가의 공격을 변호한 바 있다.
이에 폐족의 길로 접어들 위기를 맞은 친박계를 뒤로 하고 '분당 열차'를 탈지는 미지수다.
한 야당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절대 분당 못 한다"며 "분당도 해본 사람이 한다. 새누리당의 목적은 '돈', '부(富)'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득권, 이권을 놓고 분당까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