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승인, 그러나 '4% 딜레마'에…

금융위원회는 14일 오후 제22차 정례회의를 갖고 주식회사 '케이뱅크'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승인하는 본인가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케이뱅크는 이로써 1992년 평화은행이 인가된 이후 24년 만에 처음 신설을 허가받은 은행으로 기록됐다. 이 은행은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과의 연계를 거쳐 빠르면 내년 1월말~2월초에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9월 30일, 본인가 신청서를 낸 케이뱅크에 대해 두 달 반의 꼼꼼한 인가요건 심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심사는 ①자본금요건 ②자금조달방안 적정성 ③주주구성 계획 ④사업계획 ⑤임직원요건 ➅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요건에서 다뤄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업계획 대로 혁신적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축·운영함으로써 금융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산업 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신용자·청년층에 대한 중금리 대출, 더 낮은 결제·지급수수료 분야에서 새 서비스를 제공해 시중은행 뿐 아니라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과도 경쟁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은행 뿐 아니라 IT·벤처업계와 협업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내 금융산업 해외진출의 첨병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임 위원장은 말했다. 실제 이날 승인된 케이뱅크와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는 금융‧IT 인력을 200여명을 채용했다.

◆케이뱅크 어떻게 영업하나=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에 이날 본인가를 내주면서 부대조건을 달았다. “케이뱅크는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해야 한다”는 것. 이는 현행 은행법에 따른 은행업 인가이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이란 은행이 CD, ATM, 컴퓨터, 전화기 같은 전자적 장치로 금융상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또 고객은 은행원과 직접 대면하거나 의사소통 없이 자동화된 방식으로 금융상품‧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금감원이 새 은행 돕는다=정부는 신설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영이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의 인터넷전문은행 현장지원반을 한시 운영키로 했다.

현장지원반은 내년 1월 중순 가동한다. 케이뱅크 현장에서 은행 영업개시 관련 애로요인을 즉시 해소하고 전산보안‧소비자보호에 관한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반쪽'인 이유는=케이뱅크의 허가가 이른바 '4%딜레마'로 불리는 현행 법에 따른 은행업 인가인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권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을 4%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케이뱅크 설립주도자인 KT가 하고 싶어도 '증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케이뱅크는 이날 사업설명서를 통해 “모바일은행을 향해 인터넷은행의 성공적 안착과 향후 증자를 책임질 대주주 확보를 위한 은행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결제기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초기 3년간 최소 2000억~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회의에서 “창의적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속한 입법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2개 은행법 개정안 (새누리당 강석진·김용태 의원)과 3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