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25% 싼 '착한실손의료보험' 내년 4월 등장한다

3300만명의 가입자 확보로 '제2건강보험'으로 평가되지만 '의료쇼핑' '과잉진료'라는 갖가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 내년 4월 환골탈태 재탄생한다. 가격을 25% 낮춘 '착한 실손보험'이 선보인다. 실손의료보험을 다른 것에 슬쩍 끼워 팔던 행위를 못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20일 발표했다. 방안은 2017년 4월 시행된다.

◆실손의료보험제도 왜 바꾸나=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사적안전망 기능을 갖고 있다. 제2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이유다. 실손의료보험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편을 거쳤다.

예컨대 2009년엔 상품 표준화가 이뤄졌다. 2012년에는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이 선보여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자기부담금 상향 (10%→10%, 20%) 대책이 추진됐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실손의료보험의 획일적·포괄적 보장 같은 상품구조 맹점을 악용해 의료쇼핑·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령 25세 여대생은 허리 통증으로 총 30일간 입원하고 입원기간 동안 총 69회의 도수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회 이상 받았다는 지적이다. 또 대상포진으로 인한 신경통, 두통에 비타민C 등 비급여 주사제 비용 627만원이 청구된 사례도 있었다.

때문에 실손의료보험료는 10년 내 2배 넘게 급등할 것으로 추정됐다. 상품의 지속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의료비 증가세를 견인해 공보험 재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7개월간 관계기관 및 전문가의 심층적 논의와 금융소비자‧의료계‧보험회사의 여러 의견을 종합해 개편방안을 마련해 내놓았다.

◆어떻게 바뀌나=상품구조 개편이 우선이다. 기존상품의 보장범위 대부분을 보장하면서도 보험료는 25% 가량 저렴한 '착한 실손의료보험'의 공급이 가장 눈에 띈다.

이를 위해 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 같은 의료쇼핑의 우려가 큰 진료군과 MRI처럼 기존 상품의 보장이 충분치 않아 불필요한 입원을 유발했던 진료군을 '특약'으로 떼냈다.

특약은 도덕적 해이와 역(逆)선택 방지장치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자기부담비율을 상향 (20%→30%), 연 누적 보장한도 설정 (도수치료 350만원, 비급여주사제 250만원, MRI 300만원), 연보장횟수 제한 (도수치료‧비급여주사제 각50회)이 장치로 꼽힌다.

또 기본형 상품과 특약을 모두 가입하더라도 기존 대비 보험료 상승을 막도록 설계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는 성별‧연령만을 고려하고 있다. 때문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도 일부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동일하게 부담하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음년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 준다. 계약자간 형평성을 강화하고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한다는 것이 취지다.

정부는 특히 실손의료보험을 단독형으로만 판매토록 했다. 지금은 실손의료보험이 다른 보험상품에 끼워팔아 소비자의 체감 실손보험료 부담이 실제보다 높은 착시현상이 발생했다.

보험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의 실제 월보험료는 1만~3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평균 월 보험료를 7만3000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경우 다른 보장을 해지할 때 꼭 필요한 실손의료보험도 같이 해지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비급여 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개 확대, 표준화된 진료비 세부내역서 제공을 통해 의료기관의 가격경쟁을 촉진할 계획이다. 모바일 앱 청구 서비스를 확대해 자주 발생하는 일상 의료비의 신속하고 간편한 청구를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단체실손의료보험과 개인실손의료보험을 연계해 퇴직 후에도 '중단없는 보장'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도 계획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