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마지막 흑기사, 경제 살릴까?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제여건에 직면해 있어 경제팀은 경제의 기본을 충실히 하는 데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결국 실패다.
'근혜노믹스' 말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반문도 가능하겠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이 타이밍에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을, 그 위에 세워진 한국경제를 실패라고 한들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29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가 굉장히 솔직해졌다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정책들을 내놓으며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이 정책들을 통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정부도 정유년 한국경제 전망이 대단히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증거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이후 처음으로 2%대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이며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IMF외환위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퍼져있었다.
돈, 돈, 돈…빚, 빚, 빚
크고 작은 경제정책 세트를 내놓았지만 정부가 추락하는 경기에 달아줄 날개는 결국 '돈'이다.
내년 초(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인 20조원의 재정을 조기집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올해 초과세수가 8조~9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등 세수상황이 좋고 소득세율 인상 등 '증세'를 통한 재원도 일정 부분 추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돈을 더 쏟아붓겠다는 것은 일견 납득이 간다.
하지만 매년 25조원 규모의 추가세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 정도 규모의 초과세수가 만들어진 해는 달랑 올해 뿐이다. 사실상 매년 세수장부는 '마이너스(-)'였다.
2014년 '진박감별사' 최경환 현 새누리당 의원이 경제부총리가 되면서 주목받은 '초이노믹스' 기조가 정착되면서 정부는 매년 확장적 재정정책을 폈고, 당초 짠 예산도 모잘라 빚(국채발행 등)을 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시장에 돈을 마구 쏟아부었다.
그나마 경제가 나아졌으면 몰라도, 나라빚과 가계빚만 잔뜩 늘어나는 등 상황은 더 헝클어졌다.
이 판국에 내년초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정치권이 하고 있다.
내년 예산규모가 400조 수준이지만 올해 추경을 포함해 정부가 지출한 재정(398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실질 예산지출 증가율은 0.5%에 불과하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중(2017년 40.4% 전망)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115.2%)보다 낮으니 아직 빚 낼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이 적극적으로 정부에 조기추경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지난 4년 동안 경제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기는 커녕, 내년 재정을 통한 '반짝효과'를 내 대선정국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교활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근혜노믹스 실패를 이끈 '내부의 적(敵)'은...
공무원들이 정책아이디어을 쥐어 짜내느라 밤 세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폄훼할 수는 없다.
저출산 문제가 엊그제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도 아닌데, 결혼비용에 세금혜택을 주겠다는 등의 정책을 내놓은 것을 '뒷북'이라는 둥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개별정책들의 효과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정책은 시행을 해봐야 하고 그 효과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근혜노믹스를 실패로 이끈 주역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영혼없는 늘공(직업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근혜노믹스의 실패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 그 자신이다.
그 증거가 내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만든 리스크는 대외적 리스크도 많지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주역이 된 '최순실 게이트'라는 내적인 리스크라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정치적 영향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한 정치적 불안이 상당기간 동안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돈만 쓰는 정부는 경제 살리지 못한다
당초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둘러싸고 '6개월 한시대책'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현재 분위기를 감안할때 연말이 아닌 '벚꽃대선'이 치러지고, 이후 수 개월 안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색채를 가진 정부가 출범할 지 알수는 없지만 당초 소문들과 달리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큰 변화 없이 한 해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정부 조직개편 및 내각구성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등 새 정부의 명확한 색채가 담긴 경제정책이 나오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즉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사실상의 마지막 경제정책 패키지가 효과를 발휘,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주기를 기도하는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다소 성급하지만 새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는 실패한 현 정부의 기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내외 경제현장의 변화와 발전속도를 정부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재정지출)이 경제를 죽이고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재정지출을 핵심으로 한 경제정책기조는 '오답'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정책 소비자들인 민간의 역할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민간이 경제를 주도하는 주체가 된 지도 오래다.
70~80년대 계획경제시대 마인드에 젖어 돈 쓰는데만 몰두하기 보다는 말로만이 아닌 진짜 규제혁파 등을 통해 민간이 좀 더 경제현장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금 시대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