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9월말 현재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다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신(新) DTI'를 도입해 시행키로 했다.
특히 가계부채 구조개편을 위한 '고정금리·분활상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판단하고 올 1분기에 '금융회사 여신심사방식 선진화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2017년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인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한 상세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1분기 금융회사 여신심사방식 선진화 로드맵 발표= 금융위가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1분기 중 내놓기로 한 로드맵은 DSR (총체적상환능력심사)를 활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추진하는 1단계에서 DSR은 참고지표로 활용된다.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식이다.
이 때 선진국 활용사례를 바탕으로 금융회사 자체 여신심사에 활용하기 위한 표준모형의 개발에 나선다. 개발될 표준모형은 여신심사에 DSR을 반영했을 때 고려요인, 반영 절차, 한도산정 방식이 꼽힌다.
2018년 시행 예정의 2단계는 DSR을 활용한 금융회사별 여신심사모형 개발이 핵심이다. 표준모형을 바탕으로 금융회사별 자체적인 여신심사모형을 개발해 시범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은행별로 직업, 소득, 자산, 연령, 신용도 같은 고객특성에 따른 리스크를 분석해 내부적인 DSR한도 설정 등 여신심사기준을 마련토록 하는 방식이다.
또 금융회사가 DSR 정보를 차주에 제공해 상담자료로 활용 (차주 스스로 상환계획 수립)하는 것도 예시됐다. 일정은 은행권부터 적용하고 차후 다른 업권으로 확산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2019년 3단계에서는 DSR를 금융회사 여신심사의 종합적 관리기준으로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또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간접적인 감독지표로 활용한다는 방침도 제시됐다.
예컨대 DSR가 높은 대출은 총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된다. DSR가 높은 대출이 연체될 경우 금융회사 책임이 강화 (채무조정 감면율 확대)된다.
◆정유년엔 新DTI 도입 적용= 정부는 올해 중 LTV (주택담보대출비율)·DTI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금융회사 건전성관리 수단으로 유지키로 했다. 규제비율 (LTV 70%, DTI 수도권 60%)도 당분간 현 수준을 지속한다는 방침.
금융위 관계자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 확대 적용, 집단대출 심사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TV·DTI 같은 직접 규제수단을 냉·온탕식으로 바꾸는 것은 정책 신뢰성 훼손으로 시장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상승 예상 상황에서 규제비율을 강화하면 '대출 가수요'를 부를 수 있고 실수요자 금융이용 제약, 서민층 주택매매 애로를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원회는 다만 현행 LTV·DTI 제도가 담보능력과 차주의 상환능력을 적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DTI 소득산정방식을 정비키로 했다. '신 (新) DTI'로 명명됐다.
이는 소득산정 시 차주의 장래소득 증가 가능성과 소득 안정성 여부, 자산평가를 금융회사가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소득안정성 여부의 경우 현재는 소득의 성격과 관계없이 전년도 소득총액만 고려한다. 이를 동일한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소득의 성격이 일시적 (예시 성과상여금)인 때 상시 소득에 비해 일정부분 감면해 적용하는 식으로 바꾼다.
또 자산평가의 경우 현재는 자산의 소득창출능력 등을 직접 고려하지 않고 자산가치 등을 기준으로 고려한다. 앞으론 동일한 지역에 위치한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소득 창출능력이 높은 건축물에 대해서 보다 높은 소득환산율을 적용키로 했다.
◆총체적상환능력심사 'DSR'는 무엇= DSR은 차주가 전 금융회사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형 (주담대, 비주담대, 신용대출)의 대출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불린다.
차주의 채무부담대비 상환능력을 정확히 측정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선진 여신심사 원칙을 정착시키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정부는 평가한다.
DTI와 DSR은 차주의 소득대비 부채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산출방식·활용방안이 다르다.
산출방식은 DTI의 경우 해당 대출건 외 다른 대출은 이자상환부담만 반영된다. 반면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반영된다. 때문에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측면에서 DSR이 DTI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특히 DTI는 대출심사 시 한도규제 (수도권 60%)로 활용된다. 그러나 DSR은 금융회사 내부여신관리 절차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분석이다. [표참조]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최근 가계부채 상황은=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원. 저금리, 주택시장 정상화로 2015년 이후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 5.7%, 2014년 6.5%, 2015년 10.9%, 2016년 3분기 11.2%로 나타난다.
정부는 그러나 가계부채 관리방안 (8.25 대책과 후속조치)에 따라 2016년 10월 이후부터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해 10∼12월사이 19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전년동기의 23조3000억원 보다 3조6000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은행의 월평균 중도금대출 신규승인도 2016년 1~9월 사이 4조4000억원에서 10∼12월 사이엔 2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금년 경기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세는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근거로 연체율 같은 건전성 지표의 양호한 수준을 손꼽는다.
실제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비중은 2012년 13.9%에서 2016년 9월 43.3%로 상승했다. 2017년 목표는 55%다. 고정금리 비중의 경우 2012년 14.2%에서 2016년 9월 41.4%로 올랐다. 2017 목표는 45%.
◆올 가계부채 우려 요인은= 정부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가계 소득에 비해 여전히 빠르다고 지적한다. 경기상황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부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예컨대 가계 평균 가처분소득은 2015년 3927만원에서 2016년 4022만원으로 2.4% 상승했다. 가계 평균 부채도 2015년 6256만원에서 2016년 6655만원으로 6.4% 껑충 뛰었다.
게다가 작년 9월 이후 미국 금리인상기조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하는 추세다. 신 DTI 적용의 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