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언론사 세무조사에는 '중립'
29일, 참여연대 '김대중 정부 4년의 조세정책 평가 토론회' 내용
지난 4년간 김대중 정부를 평가하는 연속기획 토론의 4번째 주제인 조세분야 토론회가 29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국세청 세정개혁, 신용카드 활성화 등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전문직·자영업자에 대한 소득 파악 미비, 목적세·감면 제도 정비 미흡 등 당면한 조세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제기했다.
이와함께 민주노총측이 재벌이나 고소득 전문직자영사업자들의 세부담 요구를 당당히 하기위해서는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율을 인상하자는 제안을 해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이날 토론자들의 토론내용이다.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우선 조세분야에 한해서는 시민단체에서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재정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국민의 정부에서 실시한 조세개혁 중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한 것이라든지, 부가세에 대한 과세 특례제 폐지 등은 의미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정개혁 분야에서 지역담당제를 폐지한 것은 세무행정 집행과정에서 관행화 돼있던 '먹이사슬'을 파괴한 것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층간의 세부담 공평성 문제랄지 4대 보험 해결에 대한 과욕으로 인한 재정 기반의 약화 등 많은 문제점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간이과세제는 폐지되거나 개선돼야 할 여지를 갖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확대를 말하면서 세금 납부에 있어서 신용카드 사용이 제한돼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본다. 언론사 세무조사도 제 입장에서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 번처럼 한꺼번에 대대적으로 한 것은 공평성에 문제가 있어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유경문 한국납세자협회 사무총장
김대중 정부의 4년간 조세정책은 조세의 목적, 납세자 의식, 재정 민주주의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일보 전진했다기 보다는 후퇴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조세 목적 상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예전보다 악화됐기 때문에 조세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납세자 의식의 측면에서도 종합소득세 인하를 각 계층간 구별해서 적용했어야 한데 그렇지 못했다. 법인세 인하도 한번에 3%씩 내리지 말고 단계적으로 1%씩 인하할 수 있는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납세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 민주주의 측면에서도 국민들 대다수가 자신이 낸 세금만큼 공공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책입안에 있어서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불만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건호 민주노총 정책부장
전반적인 조세개혁이 만족스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본다.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조세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커 조세개혁 정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라 볼 수 있다. 건강보험 문제도 공단측의 부실에만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재경부와 국세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정책입안자나 집행자, 정치인들을 통해 조세개혁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면 결국 운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개혁을 달성할 수밖에 없다.
향후 조세개혁의 핵심은 직접세를 강화하는데 있다고 본다. 근로소득세도 과감하게 올려 계층간의 조세 형평성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재벌이나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의 세부담 요구에 있어서도 지금보다 더 당당해질 수 있고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직접세에 대한 세율을 점점 인상해 국가 전체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주영섭 재정경제부 법인세과장
지난 4년간 조세정책을 다루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다. 재정수요 충족, 공평과세 실현, 행정비용 최소화(효율 극대화)라는 조세의 근본적인 역할 맞춰 최선을 다한 시기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우선 공평과세 측면에서 근로자의 세부담이 대폭 완화됐고 외환위기 이후 잠시 유보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재시행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을 위해 신용카드 활성화, 가맹점 가입의 의무화 등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다. 상속세 측면도 완전 포괄주의를 통해 변칙증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위헌의 소지가 제기돼 유형별 포괄주의를 통해 어느 정도 개선하려고 했다.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유흥주점 특소세 일시적 인하 문제도 주류구매전용카드의 빠른 정착을 위해 한시적으로 유흥주점의 과중한 세부담을 줄여 장기적으로 과표 양성화를 기하려고 한 것이다.
□권기룡 국세청 소득세과 서기관
지난 4년 동안 국세행정이 가장 많이 변화한 것으로 생각한다. 99년 제2의 개청 이후 시작된 국세청의 개혁은 지역담당제 폐지, 납세자보호담당관제 도입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본다. 또한 과세자료에 대한 전산망 구축을 통해 획기적인 국세행정의 기틀을 잡았다. 게다가 신용카드 복권제와 공제혜택 등을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면서 과표가 빠르게 양성화되는 효과를 봤다. 그리고 계속 지적되고 있는 세무조사에 대한 공개 문제는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신뢰 관계가 걸려있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세청은 신용카드 사용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찾아내고 음성탈루와 고의적인 체납 등을 끝까지 가려 성실납세자와의 형평을 이루는데 노력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