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쳐).
드디어 꼬리 잡힌 '법꾸라지' 김기춘
'정권 신데렐라'서 수갑 찬 피의자된 조윤선
다행히 예외는 없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조 장관은 구속되자, 바로 장관직 사직서를 제출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일사천리로 사표를 수리해 전직 장관 신분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민주주의를 무람없이 주물렀던 두 사람이 끝내 '수갑'을 차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구속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이틀만인 22일 '피의자'의 신분으로 수갑을 찬 채 다시 특검 수사를 위해 나타났다.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공가도를 달린 기득권층을 대변한다. 군사독재시절과 자본권력에 부역하며 재산을 모으고 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존경받지 못하는' 한국의 기득권층의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김 전 실장은 그야말로 '구시대의 상징'이다.
'기춘대원군', '왕(王)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박정희 군사독재시절부터 유신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공을 세운 그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56년 동안 대한민국 현대사를 쥐락펴락했다.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어두운 현대사에서 그는 군사독재의 부역자이자 국정농단 부역자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반공과 '빨갱이 사냥'의 메카시즘을 내세워 굴절의 역사를 만든 장본인이다.
김 전 실장은 나치 정권의 선전을 담당하며 대활약을 펼쳤던 괴벨스처럼 선동과 공작의 달인이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와 함께 공직을 시작한 김 전 실장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신 헌법 기안을 만드는 데 참여하면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눈에 든다.
□ 정수장학생 김기춘, 박정희-박근혜 '부역'…공작의 달인 = 특히 1기 정수장학생이던 그는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체포된 문세광을 심문해 자백을 받아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을 "김똘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동기들 보다 3기수나 앞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맡으며 출세가도를 달린다.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맡으면서부터는 조작의 대가로 거듭난다.
박정희 정권을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을 잡아들이는 데 공을 세운다. 각종 간첩조작사건들은 그의 손을 거쳤다. 대표적으로 1977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사건과 2차 인혁당 사건 역시 그가 중앙정보부에 있을 당시 사건들이다.
모두 재심에서 국가의 의한 간첩조작사건으로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는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없었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과 1987년 체제 이후 노태우 정권에서까지 승승장구했다.
전두환 정권에선 1986년 검사장, 노태우 정권에서는 검찰총장, 법무부장관까지 올라갔다. 당시에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면서 처단했다. 역시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도 그가 법무부장관이던 시절이다.
법무부장관 이후 '우리가 남이가' 초원복국집 사건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선동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1992년 12월11일 그는 부산 남구 대면동의 초원복집에서 부산-경남 지역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라며 선거에 영향을 주도록 선동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 박근혜 정부서도 '공작',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 = 하지만 당시 민주주의를 훼손한 책임보다 불법도청에 수사가 맞춰지면서 그의 지역감정 조장은 묻히고 만다. 1996년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다.
그렇게 한 평생을 민주주의 역사를 훼손하고 공작과 선동으로 독재와 기득권에 부역했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어서도 구시대 방식을 놓지 않았다. 문화예술인들을 옭아매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정부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
공직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때도 아침마다 양복을 입고 마치 출근하듯 자택 2층 서재로 올라갈 정도로 깔끔했다는 그가 권력의 뒤안길에서 수갑을 찬 모습은 권력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 화려했던 조윤선, 박근혜 대변인 되자 '수수한 변신' = 조윤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로 불렸다.
신데렐라의 마법이 깨진 것일까.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충실히 따르다 요직을 차지했던 조 전 장관 역시 국정농단 사태로 권력의 '꽃길'에서 '진흙길'을 걷는 신세가 됐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겸 법무본부 부장을 지낸 엘리트였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한 조 전 장관은 이회창 대선후보의 선거 패배 이후, 김앤장 변호사와 한국 시티은행 부행장을 지내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최장수 대변인으로 지내다 19대 총선 때 종로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 대통령 최측근인 홍사덕 전 의원 전략공천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당시 대선후보이던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꽃길'을 맞이한다.
대변인으로,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옷차림과 화장으로 언론에 '미모의 정치인'으로 거론됐던 조 전 장관은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대변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수수한 옷차림과 화장으로 변신(?),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 보좌'를 한다.
□ 여성부장관→정무수석→문화부 장관 '꽃길' = 강재섭 전 대표에 의해 영입됐던 조 전 장관은 그런 '충성심'이 통해서인지 금세 '친박'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오르게 된다.
법조인이지만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어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그는 문체부 장관으로 거론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시 조 전 장관이 스스로 문체부 장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이자 문화예술에 뜻을 두었음에도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보이기보다 '성공'을 위해 이를 훼손하는데 능력을 발휘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이를 위증했다.
또 그는 앞서 대선후보 대변인이었을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질문을 하는 언론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 문화예술 조예 깊었던 조윤선, 예술인-언론인에 '재갈' = 지난 2012년 11월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후, 뉴스타파가 당시 논란이던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어느 언론사냐'라고 추궁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뿐 아니라,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집회를 열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추가된 상태다.
엘리트로, 미모의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던 조 전 장관의 말로 역시 부끄러운 권력의 초췌함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