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 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적극적인 수준의 작위행위만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단순히 브로커를 소개해줬다는 이유로 병역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관련 혐의 무죄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 8일 이 법원 형사4부(재판장 최중현 부장판사)는 병역기피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10월을 선고받은 프로야구선수 지승민씨(삼성라이온스)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지씨 자신이 알부민을 소변에 섞어 신장질환 진단서를 받은 뒤 병역면제를 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으나 후배 야구선수 윤모씨에게 병역브로커를 소개해준 혐의(병역법 위반 방조)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후배 윤씨는 허위 신장질환을 이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기 위해 병무청 비지정병원인 개인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고 신장질환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단계에 그쳤다"며 "윤씨가 병역 면제를 위한 일련의 단계 중 일부를 개시했다고 하더라도 병무청을 상대로 하는 행위에 나아가지 않았으므로 병역법에서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위행위'(거짓을 꾸며 속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허위 병사용 진단서를 첨부해 지방병무청장에게 병역처분변경원서를 제출하는 단계에 이른 경우에만 '사위행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범인 윤씨가 실행에 착수하지 않았으므로 방조범인 지씨의 경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씨는 자신이 브로커 김모씨에게 돈을 주고 알부민을 건네 받은 뒤 이를 이용, 허위 진단서를 끊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음은 물론 2004년5월 후배 윤씨에게 병역 면제를 받도록 김씨를 소개해준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10월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