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감사원도 지난 연말부터 벌여왔던 국세청에 대한 예비감사에서 외국투기 자본들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길을 여러 방향으로 살펴보았으나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10일 "외국 투기자본 소득에 대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싶지만, 뉴브릿지 등은 우리 나라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은 외국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어서 사실상 과세가 불가능 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펀드 뉴브릿지캐피탈은 지난 99년말 5천억원을 투자해 제일은행 지분 51%를 인수한 뒤, 지난 1월 10일 제일은행 지분을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은행에 매각하면서 5년만에 1조2천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얻었지만 세금은 한푼도 안냈다.
뉴브리지가 국내 회사라면 금융회사나 개인 등이 양도차익을 얻었을 경우엔 최고 36%의 양도세를 내야하는 것에 비춰 약 4천300억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뉴브릿지 등 해외펀드가 실현한 이익에 대해선 조세협약에 따라 과세여부가 결정된다"며 "해외펀드들이 본사를 조세면세지역에 뒀기 때문에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현실적으로 과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살펴본 바에 따르면 뉴브릿지가 자본이득을 얻고 있는 사례는 외국 투기자본이 사전에 얼마나 치밀하게 국내시장에 들어오는지 전율이 느껴질 정도.
뉴브릿지캐피탈은 국가간 조세조약을 치밀하게 이용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KFB 뉴브릿지 홀딩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에 대해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투자회사에서 과세가 이뤄지도록 조세조약을 맺은 상태.
KFB 뉴브릿지 홀딩스는 지난 99년 제일은행 주식 등을 사들인 뒤 지난 1월 매각을 통해 5년만에 1조2천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었지만, 조세협약에 따라 과세권은 말레이시아가 쥐고있기 때문에 우리는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라부안 지역주민들의 생계와 투자유치를 위해 이 지역에 위치한 회사에 대해선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어, 뉴브릿지캐피탈은 세금 한 푼 부담하지 않고 자본이득 수조원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었다.
론스타의 경우도 마찬가지. 론스타는 우리 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은 벨기에를 이용한 사례.
론스타는 국내에 허름한 회사를 세워 투자를 통해 회사외형을 키운 뒤 고가매각으로 자본이득을 취한 경우다. 뉴브릿지가 말레이시아 자회사를 통해 우리 나라에 직접 투자하도록 한 것과 경로는 조금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제는 말레이시아와 조세조약을 다시 체결하면 될 것 같지만, 국회 동의를 다시 얻기 어려운데다 이 나라 말고도 조세조약을 맺은 수많은 나라들이 있어 과세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말레이시아와 조세조약을 다시 체결한다해도 해외 투기자본은 말레이시아에서 발을 빼 다른 나라를 경유해 자본을 들여오기가 쉽기 때문에 아무런 실효도 없이 말레이시아와의 신뢰관계가 깨짐은 물론 국제신인도 하락과 대외적인 투자악화만 초래된다는 것.
이에따라 감사원은 국세청의 국제세원관리분야에 대해 벌인 감사결과 드러난 실태를 그대로 대외에 발표할 경우 일어날 파장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는 눈치다.
감사원은 이번 국세청 국제세원관리실태 감사에선 국제거래와 관련한 최초 감사에 의미를 두고, 전반적인 상황을 한번 둘러보는 수준에서 감사를 마칠 것인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해외펀드들이 본사를 조세면세지역에 둬 이중과세방지협약에 의해 과세를 할 수 없는 경우를 파악, 과세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과정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고 있는 국가는 60개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라부안이나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지역을 근거지로 삼아 국내에 투자된 해외펀드는 올 1월초 현재 8조7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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