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상황과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불확실한 대내외여건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경제의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나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나, 정부에선 경제성장세가 '안정적'이라는 이유를 들며 경제위기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우면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해 세수여건이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올해 세수, 작년보다 더 안 걷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IMF 외환위기 재발설과 관련해 "그런 식의 급격한 위기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 경기성장세 자체가 낮긴 하지만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이고 지금은 재정능력이 있다"라며 경제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유 부총리는 "기업의 산업생산지수 등은 그 당시의 수준으로 떨어져 있고, 올해의 경제상황을 본다면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아직도 걷히지 않은 것이 많다. 내수의 부진도 다 어려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내외 경제 변동성 확대로 세입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노릇. 유 부총리도 올해 세수여건에 대해선 "올해는 세수가 작년 같이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 (초과세수가) 한 2조원 정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말했다.
작년 세수는 추경 전망보다 약 10조원 더 들어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등 불확실성 대비책 질의 이어져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외요인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더욱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발표 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금년 대외경제여건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 4월에 환율조작국 지정할 예정이다. 우리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윤 의원은 또 "사드배치결정에 따라 중국보복 노골화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해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의 (3개 중) 2개 요건에 해당한다"며 "형식 논리상으로 보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이 안 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 조치 논란이 커지는 것과 관련, "여러 가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은 공식적으로 사드와 직접 관련없다"면서 "(보복이 아니라)중국의 국내법 절차에 의한 조치라면 우리가 나서기보다 중국 내부 절차에 우리가 맞는지도 따져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 중국이 국제규범을 어겼을 경우에는 어떨까.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기구를 통해 대처할 용의가 있다"라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정부는 청탁방지법(김영란법)에 대한 보완 방안 마련에 착수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부 업종은 김영란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분이 있다"라며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논의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올 1분기 추경 편성에 대해선 "국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1분기 경제지표를 봐야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