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수익구조 개선의 마지막 기회"
"이번이 브로커지리 수수료에 의존하는 증권사들이 스스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올 들어 주식시장 호황 덕분에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해묵은 과제인 구조조정은 또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부터 지난해까지만해도 떠들썩하던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는 쑥 들어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 상승기에 돈을 더 벌기 위해 몸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불과 수개월전만해도 안정적 수익구조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라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전문가들은 이러다가는 과거의 전철을 또 밟을 게 분명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 급증..3년여만에 최고실적도
증권사들은 올 들어 월별 수백억원대 이익을 낼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3년여만에 최고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의 2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04억6700만원과 205억1200만원으로 전년대비 28.5%, 131.1% 늘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20억10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3.9% 증가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올 들어 거래량 증가에 힘입어 하루 14억~15억원의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적호전 배경을 설명했다. 월간 순이익 220억원은 지난 2001년 11월 466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현대증권도 올해 2월까지 3개월째 실적호조세가 지속됐다. 현대증권의 2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14억원, 266억원, 순이익은 27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증권은 "올해 들어 주식시장 강세로 시장점유율 증가와 함께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 몸값도 급등"
다른 증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위탁 수수료와 자기매매에 위존하는 국내 증권사들이 거래량 및 거래대금 증가를 동반한 주가 강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게다가 종합주가지수가 올 들어 5년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증권사 주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증권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사업에서 다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위기감이 퇴색되고 있다"며 "게다가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S증권사는 지난해 주당 5000원 이하에서 가격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6500원선까지 이야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과 몇달전까지만해도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나 인원 감축과 같은 얘기들이 많았으나 주가가 상승하면서부터는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주가 상승으로 증권사들의 배가 따뜻해지면서 구조조정의 기회를 또 흘려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좋은 시절이 왔을 때 고질적인 천수답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만해도 상당수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거래부진으로 적자에 허덕였다. 대형사도 이익이 크게 감소해 주식시장 상황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강소장은 "최근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로 인해 증권사 실적이 좋아졌지만 지금 어려울 때에 대비하지 못하면 다시 지난해와 같은 위기를 겪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증권업계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가 99년 이후 주가지수가 뛰면서 다시 방만하게 경영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경험에 비춰볼 때 일시적으로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안일해지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증권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는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단숨에 해결될 수 있는 순환성 불황이 아니라 시장 자유화와 인터넷 혁명이 불러온 구조 불황이라고 강조했다.
최도성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올 들어 주식시장 덕분에 국내 증권사들에게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이 증권사 스스로 수익구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