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수천억원의 혈세를 들여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을 구축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징세행정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세청의 양도소득 과세실태에 대한 예비감사와 실지감사를 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국세행정시스템, 보완할 부분 많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허위매매계약을 통해 부동산을 실제가격과 다르게 신고한 경우 계약자가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1세대1주택 등 비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배제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무신고자가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 실제가격대로 신고를 했는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
국세청은 부동산 등기와 신고내역을 전산으로 대조하면서 무신고자가 1세대1주택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비과세 결정을 하고 무신고 과세자료를 생성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11명의 허위매매계약자가 부동산을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세행정시스템이 1세대1주택이라는 이유로 자동으로 비과세 결정을 해 양도소득세 1억4000여만원을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일선 세무서에서는 허위매매계약자가 부동산을 양도하고 제출한 신고서를 검토하면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적용 배제대상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1세대1주택 비과세 적용대상으로 인정, 총 1억원 상당의 양도소득세를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에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자동 비과세 결정 조건에서 허위매매계약자는 제외하도록 하고 일선 세무서 담당자가 국세행정시스템을 이용해 신고서를 검토할 때 허위매매계약자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처리화면에 표시해 주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 밖에 일부 세무서는 별장 및 그 부속 토지를 양도하고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23명에 대해 신고내용을 그대로 인정해 2억350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족하게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감사원은 이 역시 국세행정시스템을 보완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식양도와 관련한 과소신고 부분도 일선 담당자가 국세행정시스템을 이용해 신고서를 검토할 때 동일한 주식의 직전 거래 적용 세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처리화면에 표시해 주고 상호출자제한기업 명단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담당자가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확인 충분히 가능했는데…그대로 덮어버린 국세청
한편 이번 감사결과 국세청이 벌인 기획점검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0년 이후 부동산을 취득해 2010~2014년 사이에 이를 양도하고 취득가액을 실지거래가액이 아닌 환산가액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혐의자 5485명을 2015년 9월 기획점검대상자로 선정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취득가액은 실지거래가액으로 하되, 취득 당시의 실시거래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산가액 등을 취득가액으로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실지거래가액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는 이를 취득가액으로 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기획점검의 적정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일부 세무서에서 실지거래가액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양도소득세를 추가 징수 하지 않고 그대로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서 뿐 아니라 국세청 역시 이에 대한 검토 없이 기획점검을 종결해 13명이 신고·납부해야 할 양도세 2억원 가량을 부족하게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앞으로 납세자가 실지거래가액이 아닌 환산가액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면 일선 세무서로 하여금 전 소유자가 실지거래가액 확인이 가능한 법인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