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인적 청산을 내세우며 자유한국당 위기탈출을 알렸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 강경파의 저항으로 이들 청산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두 당의 대선후보 단일화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단일화 당사자인 바른정당이 강성 친박계의 청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洪vs油 질긴 악연, 단일화 전제는 '친박 청산' = 또한 홍 후보와 유 후보 간 질긴 '악연'도 새삼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이명박-박근혜 후보 측 양 캠프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홍 후보는 이명박 후보 측을, 유 후보는 박근혜 후보 측에 서면서 대립관계에 있었다. 홍 후보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 최대 약점이던 'BBK 주가조작' 사건의 수비수 역할을 했고 유 후보는 박근혜 캠프를 총괄했다.
또한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경쟁한 두 사람은 홍 후보가 당 대표에 선출됐고 유 후보는 당시 2위로 밀려 최고위원이 됐다.
이후, 2011년 12월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으로 당 지지세가 꺾이고 다가오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지도부 총사퇴론이 불거졌고 최고위원이던 유 후보는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물러난다. 당시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들도 동반사퇴하면서 홍 후보의 대표직도 흔들리게 되어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면 교체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게 되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가 들어서게 된다.
정치적 고비마다 서로 물고 물려왔던 두 사람은 이번 '보수 후보 단일화'에 있어서도 양보 없는 싸움이 전개될 것으보 인다.
무엇보다 홍 후보는 인 위원장의 친박 인적 청산 '실패'로 그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친박계의 저항이다. 국정농단의 부역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극우 세력의 총아로 거듭나면서 당내 청산 목소리를 거부하고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핵심 친박계를 대상으로 당원권 징계조치를 내리며 '쇄신작업'을 필두로 각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 위원장은 친박계 '맏형'격인 서 의원이 자신을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을 거듭하며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시달려왔다.
특히 최근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대한 무공천 원칙을 번복하고 친박 핵심인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천한 것도 친박계의 저항에 굴복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인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사퇴를 결심했다. 계획된 일이었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핵심 친박계에 대한 출당 조치를 성공시키지 못했고, 탄핵 정국에서 당론에 배치되는 친박계 의원들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반쪽 쇄신'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도 인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일제히 친박 청산에 실패했다고 규정하면서 '도로친박당'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인 위원장은)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불쏘시개도 못하고 3개월 간 회의만 주재하다가 물러간 꼴"이라면서 "무슨 청산과 무슨 혁신이 있었나. 당명만 바꾸고 물러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인 위원장은) 보수를 궤멸에 이르게 한 친박 패권세력들에 대한 인적청산은 하지 못하고, 3개월 동안 이리저리 끌려만 다녔다"면서 "우왕좌왕 분탕질만 하는 바람에 나라를 망친 친박 세력을 청산할 기회를 흘려버렸다"고 질타했다.
□ 홍준표·유승민 접점 찾을까? 험로예고 = 홍 후보로선 친박 청산을 전제로 '후보 단일화'를 내세우는 바른정당을 설득하기 위해 친박 청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친박 세력이 당내 주류인데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보수층 결집 역시 무시할 수 없어서 보수후보단일화는 더욱 난망하다.
그가 섣불리 친박 청산을 하기엔 지지층 이탈 등 역풍 우려도 만만찮다. 중도 보수층이 이탈했다 해도 여전히 10%대의 지지율로 박 전 대통령 지지자 등 극우세력들의 지지가 상당하다. 김진태 의원이 탄핵반대집회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대선주자로 나오며 세과시를 한 것도 이들 지지세력 덕이다.
이에 홍 후보가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 등을 만나며 단일화 접촉면을 넓히고 있지만 유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보수후보단일화를 놓고 홍-유 후보 간 갈등은 거듭될 전망이다. 유 후보는 전날(29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원칙이나 명분이 중요하다. 너무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친박 청산을 재차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일화를 하려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 단일화는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목을 매거나 그것만 쳐다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홍 후보도 유 후보를 겨냥하며 "유 후보는 TK(대구·경북)가 본거지인데도 왜 뜨지 않느냐"면서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게 TK의 정서다. 그래서 유 후보가 뜨지 못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이날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일화 협상의 전제조건인 친박 청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친박 세력들도 정치적으로 탄핵된 것"이라면서 "어떻게 옷을 벗기겠느냐. 또 당헌당규가 있는데 이것에 어긋난다고 나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강성 친박의 반발을 의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