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서다.
이른바 '증세 있는 복지' 정책기조를 세워야 한다는 소리다.
다만 이 같은 기조에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마른 수건 짜듯 아무리 예산을 아껴 써도 무한정 복지재원을 감당하지 못했을 때, 주요 세목(稅目)의 조세지출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18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재정정책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주요 세목에 대한 조정을 포괄하는 정책조합을 마련하는 등의 합리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작년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이었다. 예산 대비로는 19조7000억원, 추가경정예산 대비로도 9조8000억원이 더 걷혔다. 이 같은 국세수입 증가세는 기업실적, 자산시장 호조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비과세·감면 정비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국세수입 목표치는 242조3000억원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예산편성 당시보다 세입여건이 개선되며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2월까지의 국세수입은 46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조6000억원이 더 늘었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최근 복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복지지출 증가로 국가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재정수입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는 대선주자들의 경쟁적인 복지정책도 차기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변수로 남아 있다.
KDI는 "향후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조세부담 확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실상 '증세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올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축소시키는 재정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KDI는 "한계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 등 비효율적인 재원배분을 우선적으로 조정해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시장기능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이 재정 아껴 쓰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필요할 때는, 여러 세목의 조세지출, 세원확대 등의 포괄적인 세제합리화를 통해 조세부담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