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
아내, 보좌관 사적 업무지시 등 '갑질' 논란
'가짜뉴스'라던 천안함 유가족 내쫓은 참배, 유가족 '거짓말' 항의
"저는 상식파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 13일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첫 TV토론회에서 자신을 우파도 좌파도 아닌 '상식파'로 규정했다.
하지만 최근 대선국면에서 연일 제기되는 안 후보 관련 의혹들이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라는 상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먼 문제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 나오는 것과 함께 이를 대응하는 방식 역시 일반 국민들의 상식에서 벗어나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이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갑질' 논란이다.
안 후보의 아내 김미경 교수가 안 후보 국회의원실 직원들을 사적 업무에 동원해 논란을 빚었다. 자신의 연구자료 교정은 물론 김 교수의 인감증명서를 떼어 오는 일이나 명절 선물로 의원실에 온 음식물 상태를 확인해 다시 포장하는 일, 장보기와 쇼핑까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JTBC는 지난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김 교수가 의원실 직원들에게 사적 업무 지시를 하고 채근한 사실을 보도했다.
□ 아내 김미경 교수 '갑질'논란…4줄짜리 사과-안 후보 대답회피 = 비난이 일자, 김 교수는 국민의당 공보실을 통해 '사과문'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기자들에게 보냈다. 김 교수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저의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습니다. 비서진에게 업무 부담을 준 점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더욱 엄격해지겠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단 네 문장의 사과문을 직접 밝힌 것도 아닌 당 공보실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여전히 김 교수는 자신의 행동이 보좌진들에게 단순히 '업무 부담'을 준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좌진들이 받았을 인격적 모욕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의 대응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 후보는 김 교수의 보좌관 사적 업무 지시를 사전에 알았던 것은 물론, 안 후보가 나서 김 교수의 업무를 직접 지시하기까지 했다.
안 후보는 아내의 갑질 논란 보도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도 "아내가 사과했다. 저도 같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네 줄짜리' 문자 사과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미 말씀드렸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 한국당-민주당 "공적의식 마비" "특권의식 여전" = 이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안 후보 부부를 겨냥 "공적의식이 마비됐다"며 "국회 정론관에 나와 관련 사안을 소명하고 국민과 언론 앞에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교수의 갑질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순덕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면서 동행한 의원이 참석자들에게 '안 후보의 아내'라고 알리고 인사한 것도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국민의당은 후보 아내로서의 비공개 일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소위 갑질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 비공개일정으로 진행을 했다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빈소방문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아내인 김혜경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진도 팽목항에 수차례 조용히 자원봉사를 해온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땅콩회항과 라면상무,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최순실씨의 횡포 등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과도한 처우, '갑질횡포'가 만연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영부인이 될 수 있는 자의 특권의식이 국민들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영부인은 청와대 부속실 예산과 부속비서관 등 공직을 둘 수 있는 권력의 자리라는 점에서 김 교수의 갑질 논란은 단순한 기득권층의 갑질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17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의원실 생활을 하고 있는 한 보좌관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예전엔 치맛바람이 센 사모(아내)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의원실 사람들을 소위 부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안 후보 예가 이례적인 건 사실"고 지적했다.
◆…한 대학 사이트에 올라온 김미경 교수의 위안부 조문 '갑질'논란 내용
□ 천안함 유가족 내쫓고 참배논란 '가짜뉴스'? 거짓말 논란 = 특히 천안함 유가족을 내쫓고 대전현충원 참배를 했다는 논란과 관련, 국민의당은 '가짜뉴스'라며 대대적으로 언론에 알렸지만 유가족들이 항의하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천안함 희생자 고(故) 박석원 상사의 인척인 황모씨는 당시 한 인터넷매체 기사 댓글에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들이 당시 안 후보의 방문을 위해 묘역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는 요지의 글을 남겼고, 해당 내용이 보도가 되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당은 황씨의 글에 안 후보 참배 당시 동영상 등을 근거로 '가짜뉴스'라며 형사고발 검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관련 기사도 내려줄 것을 언론에 요청했다.
하지만 황씨는 지난 17일 해당 매체에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VIP 안철수 의원이 곧 묘역을 방문할 예정이니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고 사실임을 거듭 주장했다.
또 18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유가족 측이 국민의당에 직접 항의 전화를 해 정정 등의 조치를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 항의를 접수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고 박 상사의 작은아버지인 박씨가 국민의당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제가 현장에 있었다"라면서 "처남에게 얘기했더니 우리 처남도 신체접촉이나 우리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말에 격분해서 그런 기사(페이스북 댓글)를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앙선관위가 고 박 상사의 아버지와 신체접촉을 당한 작은아버지 딸에게 전화해 사실여부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작은아버지 딸은 "100퍼센트 사실“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들에 대한 국민의당과 안 후보가 제때 해명하고 사과하지 않고 덮어버리면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천안함 참배 가짜뉴스 논란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힌 채, 즉각적 입장은 유보했다.
물론 이 같은 논란들이 후보의 결정적 흠결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선에서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정치학 박사는 "이런 논란들이 대선에서 중차대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사소한 문제들"이라며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대선 흐름에 결정적인 문제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8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사진 안 후보 페이스북)
□ "결정적 문제 아냐" vs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정치" =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논란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넘길수록 후보에게 불리해진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치팟캐스트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진행자인 권순욱 정치평론가는 "특히 천안함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로 된 거 아니냐. 이건 큰 문제"라며 "당장 홍준표 후보가 가만있겠나. 이런 의혹들이 해명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누적이 되면 여론에는 당연히 악영향"이라고 비판했다.
서강대 이현우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꾀했던 안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안 후보가 기존 정치와 차별화됐다는 이미지, 반문정서라는 게 기존 정치와 다를 것이란 기대로 모아진 거 아니냐"며 "그 기대를 받고 안 후보 지지율이 올라간 측면이 있는데 이런 의혹들과 해명을 제대로 안하는 모습은 기존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성정치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받는 안 후보는 국민정서와 가까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이 문제여도 결국 자기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