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보수층 어필 위해 사드 당론 변경-햇볕정책 회의적 입장
결국 호남-중도개혁층 이탈→정체성 공세에 보수층-50대도 이탈
5·9조기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양강구도'가 무너지고 있다.
상승세였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모호한 정체성'이 결국 탈이 났다는 지적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변경, 김대중 정신과 햇볕정책에 대한 애매한 입장 등 보수와 중도개혁을 모두 잡으려는 전략을 취하면서 결국 두 계층 지지가 모두 이탈하고 있다.
이번 주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 추락세는 선명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21~22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문 후보 44.4%, 안 후보 32.5%로 11.9%p 차이가 났다.
□ 대선 2주 전, 安 지지율 급락…文과 10%p이상 격차 =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옛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22일 19대 대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문 후보 37.5%, 안 후보 26.4%인 것으로 나타나 11.1%p차이로 벌어졌다.
리서치앤리서치(한국경제-MBC)가 21~22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도 문 후보가 39.1%를 기록, 안 후보(30.1%)를 9%p차이를 벌리며 앞서나갔다. 같은 기관 지난 7~8일 조사에서 안 후보는 34.5%로 조사됐다. 지난주보다 안 후보는 4.4%p빠진 것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 급락 현상은 한국갤럽 조사 추이에서 뚜렷하다. 4월 첫째 주 당내경선 이후, 안 후보는 35%를 기록했다. 문 후보(38%)와 오차범위 박빙으로 조사되면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났다.
4월 둘째 주 조사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동반 상승해 40% 대 37%로 오차범위 박빙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발표한 셋째 주 조사에선 문 후보는 41%를 기록했지만 안 후보는 30%로 전 주보다 7%p나 빠지는 결과가 나왔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 대상,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TV토론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과 검증에서 나타난 안 후보의 '모호한 정체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수층과 반문정서로 똘똘 뭉친 유권자들은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분위기 속에 안 후보로 지지가 쏠렸지만 '정체성 논란'과 TV토론에서 나타난 불안감 등으로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 보수 끌어안기 '모호한 정체성' 전략…결국 '호남' 지지 이탈 =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 등으로 갈 곳 잃은 보수층의 지지가 결합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 1월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 2월엔 황교안 국무총리로 모아졌던 지지가 이들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3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모아졌고, 민주당 대선경선에 패한 안 지사의 지지층 다수가 안 후보에게 몰린 결과다.
이에 안 후보는 적극적으로 보수층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자강안보'를 외치며 사드배치 당론을 변경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드러내고 개성공단 폐쇄를 유지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지난 21일 사드 배치 찬성으로 입장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사드반대 당론'이 변경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박지원 대표도 '후보의 말이 당론이다'라고 규정했다"며 사실상 당론 변경이 이뤄진 거라는 주장을 폈다. 또 "북한은 주적(主敵)"이라면서도 "대화상대"라고 밝혔다. 이는 문 후보가 "그러한(주적) 규정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이 아니다"고 한 것과 차별화하며 보수층 지지확대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안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 보수 지지층과 '물과 기름'같은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소속의 안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 발언 논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회의적 입장, 사드 배치 반대 당론 변경과 북한 주적 논쟁을 벌이면서 호남 지지세가 급격히 빠진 것이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52.1%를 기록, 과반 지지를 확보하게 됐지만 안 후보는 30.9%로 21.2%p나 차이가 났다. 칸타퍼블릭 조사에서도 1주 전에는 앞선 (안 44.1% 대 문 41%) 결과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문 후보가 52.8%로 크게 상승했다. 안 후보는 26.4%로 급락해 두 배 차이를 나타냈다.
기자와 만난 호남 유권자는 "안철수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을 했다고 듣고 욕이 튀어나왔다"면서 "아직 안철수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호남 지역을 기반을 두고 있는 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남 지지율이 문 후보와 더블스코어가 나니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 아니냐. 이대로 가다간 내년 지방선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호남 지역 관계자 역시 "햇볕정책에 공과가 있다고 하고 TV토론에서 김대중 정신에 대해서도 명확히 말을 못하지 않았나. 애매하게 보수층 잡겠다는 전략이 호남 분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며 "외통수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3일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KBS화면 캡쳐)
□ '모호한 정체성' 보수후보 공세 빌미, 보수층도 빠져 '외통수' = 핵심 지지층인 호남 지지세가 급격히 빠지면서 안 후보의 스텝은 더 꼬이고 있다. 보수층에 어필하기 위해 전략적 스탠스를 취했지만 결국 핵심 지지층이 빠졌고, 보수층까지 정체성 문제를 지적하며 지지세가 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차~3차 TV토론에서 안 후보의 오락가락 정체성에 대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거듭 공세를 쏟아낸 것도 보수층과 50대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는 (북한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북한 도발은 작년에도 있었다"면서 "다분히 보수 표를 의식해 말을 바꾼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보수층과 50대, 호남, 대구·경북(TK)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지난 주 조사에서 안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39.7%였지만 21~22일 조사에선 33.7%로 6%p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자유한국당 홍 후보는 23.6%에서 33.2%로 상승했다.
지지층이던 50대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칸타퍼블릭의 지난 7~8일 조사에서 안 후보의 50대 지지율은 42.5%였지만 21~22일 조사에서 34.2%로 8.3%p나 빠졌다. 문 후보는 26.6%에서 30.9%로 상승했다. 리서치앤리서치 역시 지난 7~8일 조사에서 41.2%였던 안 후보의 50대 지지율은 21~22일 조사에서 38.3%로 떨어졌다. 대신 문 후보는 28.2%에서 35.5%로 7.3%p로 상승했다. 안 후보의 50대의 지지율이 다소 문 후보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 지지층이던 '보수-호남-50대' 이탈 = 갤럽 조사에서도 50대 이상에서 약 10%p, 대구경북(TK)에서 48%였던 지지율이 23%로 대폭 하락했다.
갤럽은 안 후보의 지지도 하락에 대해 "급부상한 안 후보 지지세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 지지층 외곽에 기반 해 문 후보에 비해 변동 여지가 큰 편이었다. 격화된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 등에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일부가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가 중도개혁-진보 성향 유권자 층으로 비교적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한 반면, 안 후보는 보수정당의 분열로 갈 곳 잃은 중도보수와 보수층을 흡수하려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과 중도개혁 층 간 괴리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모호한 정체성으로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으려던 안 후보의 전략이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사로잡지 못하면서 결국 둘 다를 놓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여론조사와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