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전경
과세관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음에도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형식적인 조사에만 그치는 등 엉터리 징수행정으로 감사원의 철퇴를 맞았다.
감사원이 26일 발표한 '내국법인 등의 국제거래 과세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삼성세무서는 A주식회사가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해외 유연탄 공급업체로부터 송급받은 국내 판매 중개수수료 수입 274억원을 누락했다고 수정신고한데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A사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매출누락으로 신고한 274억원은 중국 유연탄 공급업체가 자국의 부정부패 관련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A사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국내에 조성해둔 비자금을 우리나라 국세청에 신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2차 수정신고를 했다.
2차 수정신고 시에는 매출누락이 아닌 자산수증이익으로 신고 내용을 변경했다.
자산수증이익은 주주 또는 경영자 등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 받은 경우를 뜻한다.
삼성세무서는 이를 정당한 수정신고로 인정하고 세무조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삼성세무서가 세무조사를 종결하면서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국세기본법과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차명계좌를 이용한 매출누락은 납세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증명해야 할 뿐더러 조세 탈루혐의가 있는 경우에 관련인을 동시에 조사할 수 있다.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혐의가 있을 때는 과세당국으로부터 정보교환 요청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세무서는 1차 수정신고 내용과 2차 수정신고를 한 사유에 대해 실제 매출누락이 있었는지 해외 유연탄 공급업자와 국내 발전회사들 사이에 중개한 유연탄 물량 등을 비교해 누락된 물량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자산수증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에 대해선 정보교환을 해당 국가에 요청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를 전혀 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세무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전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은 A사의 중개물량보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중개물량이 적은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세무조사 종결 기한 전날에 소명을 요구했고 연간 단가계약의 특성상 물량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소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 274억원에 대해선 입금사유를 조사하기로 계획하고서도 182억원을 입금한 B업체가 조세조약이 미체결된 홍콩업체라는 A사의 설명만 믿고 추가조사를 하지 않았다. B업체는 사실 조세조약이 체결된 영국업체였다.
세무서는 이런 형식적인 조사를 마치고 1차 수정신고시 A사가 납부했던 법인세 94억원과 원천징수 근로소득세 14억원 등 총 108억원을 환급하고 2차 수정신고시 자산수증이익에 따른 법인세 49억원을 납부했다. 무려 60억원 가까운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이에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판매 중개수수료의 일부를 누락한 혐의가 있는 A사 등에 대해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하라고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