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추출서 8% 적발...'빙산의 일각' 지적 많아"
등기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에서 정부 수입인지를 변조해 재사용하는 일이 만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비난과 함께 수입인지 관리소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29일 정부 수입 인지를 상습적으로 변조해 재사용해온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 등기사무장 등 8명을 적발, 2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03년 5월부터 이미 사용된 등기권리증서에 붙어있는 수입인지를 떼어낸 뒤 특수 화학약품을 이용, 소인을 지운 뒤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273장(1장당 1만원)의 인지를 변조해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드러난 국고손실액은 27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 2002년 5월 이전 발행된 '구 수입인지'는 위변조 식별요소가 적어 변조 여부를 사실상 확인할 수 없는데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인지를 변조해 재사용하는 수법이 이들 업계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9월 한 달간 대전지방법원 본원에 접수된 215건의 등기권리증서를 무작위로 표본추출해 조사한 결과, 8% 가량인 17건에서 273장의 인지가 변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대전지법 전체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1-10월 사이 이뤄진 부동산 등기거래 1만7천여건 중 8%인 1천300여건에서 변조된 수입인지가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인지세만 평균 1건당 15만원씩 1억9천여만원이 새나간 것으로 단순 추정할 수 있다.
이같은 수입인지 변조 사례가 오래전부터 업계에 퍼져 있었고 서울 등 대전지역 외에서도 적발된 점 등을 감안하면 전국적인 세손실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특히, 각종 법인간 거래 등의 경우처럼 법원이나 정부, 공공단체의 검인(소인)을 받지 않는 경우는 재사용 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인지의 변조와 재사용 등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된 인지에는 구멍을 내든지(천공) 위.변조가 어려운 보안요소를 수입인지에 추가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국가재정의 기초를 이루는 수입인지를 변조, 재사용하는 행위는 반사회적, 반국가적 범죄로 피해액수의 규모는 중요치 않다"며 "유사한 범죄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