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대인 대선후보가 5일 부산 남포동을 찾아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왼쪽)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오른쪽)와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사진 문 후보측)
뚜렷한 세대차…박근혜정부 탄생 기여, 실망감-죄책감 '혼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치러지는 5·9 조기대선의 관점 포인트 중 하나는 'PK'의 민심이다.
87년 체제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들어낸 부·울·경(PK.부산·울산·경남)은 이후, 김 전 대통령의 민자당과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까지 '우리가 남이가'로 강고한 '지역주의'를 보였다.
지난 해 4·13총선에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PK의 지역주의는 이번 조기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0%안팎으로 1위를 줄곧 달리고 있어 그야말로 PK민심이 '디비질'지 주목되고 있다.
들썩이는 부·울·경. 5·9조기대선을 나흘 남겨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부산' 민심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 후보의 지지세가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는 반면,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갈 곳을 잃었던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보수층들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결집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진영에 실망감과 그동안 표를 몰아줬다는 '죄책감'이 혼재해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거나 아직 후보 결정을 미룬 부동층도 눈에 띠었다.
□ 2030 "대깨문, 공과 사 확실하고 깨끗" = 부산에서 만난 2030세대 젊은 유권자들은 대다수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대세론'으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센텀시티역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지지하는 후보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문재인이죠"라며 열성 지지자를 자처했다. 그는 "친구들도 모두 문재인"이라고 강조했다. 옆에 같이 있던 30대인 남자친구도 "여긴 거의 문재인"이라고 맞장구쳤다.
20대 후반 직장인이라는 이모 씨(女)도 "부산은 문재인이다. 하지만 같은 회사의 50~60대 분들은 문재인을 싫어한다"고 세대 간 엇갈리는 표심을 전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백모 씨도 문 후보의 지지를 나타내며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할 때 촛불집회에도 꾸준히 참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개인적으로 문 후보는 공과 사 구분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앞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여성 이모 씨는 "나이든 사람은 홍준표, 젊은 사람은 대체로 문재인"이라고 확실한 부산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카페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박모 씨(女)는 문 후보와 젊은 층에 지지가 높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저울질하는 20대들이 꽤 있다고 전하며 "하지만 홍준표는 꼭 빼고 투표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부산 민심을 전했다.
특히 이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나란히 부산을 찾아 집중유세와 민심청취에 각각 나서기도 했다.
이날 문 후보 유세현장이 있던 부산 남포동 구미화당 앞 광장에서 만난 최씨(30대 초반·女)는 "무엇보다 문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들어 지지하게 됐다"면서 "특히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직장인 곽씨(20대 중반·女)는 젊은 사람들이 대체로 누구를 지지하냐고 묻자 "거의 문재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 후보는 깨끗하고 소통을 잘 할 것 같은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 3일 부산 비프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부전시장 인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女)는 "젊은 사람은 문재인이 맞다"면서도 "나이든 사람은 전부 홍준표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아들이 특혜를 받았다고 하더라. 또 대통령이 되면 이북부터 먼저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종편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주장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를 지켜보던 옆 가게의 한 상인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개성공단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북 청년들 먹고 살라고 (돈을)주겠다는 것이냐"면서 "북한은 우리가 도와주는 돈을 악용해 핵을 만든다"며 문 후보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국민의당 안 후보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를 지적하는 노년층이 상당했다.
이날 안 후보가 방문 예정인 부전시장에서 만난 유씨(50대 후반·女)는 잠시 후에 안 후보가 이곳에 도착한다고 전하자, "환영받지 못할 텐데"라며 "여기는 홍준표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잘라 말했다.
홍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묻자 유씨는 "우리나라는 빚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홍 후보는 경상남도 도지사 하면서 빚을 탕감했다고 들었다. 이곳에서 호응을 많이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건너편에서 음료수를 판매하는 신씨(64세·女) 역시 홍 후보에 호감을 보이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신씨는 "문재인은 이북에 퍼주겠다는 말을 하면 안됐다. 안철수는 언성이 남성답지 않고 아기 같다"면서 "부산은 온통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이라고 강고한 '지역주의'를 드러냈다.
□ 박근혜정부, 실망감-죄책감 '혼재'하는 부산 = 또한 부산 시민들은 대체로 박근혜 정부 탄생에 자신들의 표가 영향을 끼쳤다며 '죄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더 이상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끄고, 투표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역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60대 곽 모씨(60대 중반·男)는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곽 씨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걸어온 길을 보면 피해 입은 분도 많지만 경제적 발전을 많이 이뤘다. 그런 측면에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박근혜에게 투표했는데 불상사가 나고 나서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성토했다.
주변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손님들이랑 대화를 나누다보면 40% 정도는 문재인"이라면서도 "나이 드신 분들은 홍준표를 많이 지지하고, 젊은 분들은 안철수인 것 같다"고 부산민심을 전했다.
영어 학원을 운영 중인 홍씨(30세·女)는 "부산은 이번 대선과 관련해 가족들 사이에서도 정치이야기를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면서 "차라리 젊은 사람들은 '심블리'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