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세학계의 대부였던 고(故) 설린 최명근 선생의 연구 '상속과세존폐론'을 되짚어보고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조세연구포럼(회장 구재이)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에서 설린 최명근 선생 10주기를 기념하는 '2017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병옥 강남대 교수가 최명근 선생의 '상속과세존폐론' 연구를 소개하는 발제를 맡았다.
발제에 따르면 최명근 선생은 우리나라 상증세제 개선방안으로 현재 유산과세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속세제를 취득과세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산과세형은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재산 총액에 대해 세율을 적용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취득과세형은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이 자신이 상속받은만큼의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부과받는 것을 말한다.
취득과세형 상속세제에서는 보다 많은 유산취득자들에게 유산을 분산해 증여하거나 상속시킬수록 총조세부담액이 적어진다. 따라서 유산과세형에서 발생하는 조세회피 등의 가능성이 적어져 도덕적 위반을 다소 감소시킬 수 있다는게 최 선생의 주장이다.
또한 최 선생은 완전포괄주의를 열거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상증세 포괄주의가 국민의 조세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과세관청의 자의적이니 과세를 허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는 열거주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 선생은 비상장주식 상장 시세차익 등 변칙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 과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과세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부동산 무상사용수익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부부간 재산이전에 대해서는 배우자상속공제 및 증여재산공제의 합리적 조정 등 보완책을 강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선생은 또한 명의신탁 증여의제 등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이 진정한 조세회피라면 그 회피된 세액을 징수하고, 상장주식의 경우 명의수탁자보다는 명의신탁자(실제 소유자)에게만 과세토록 하거나 타인 명의를 이용한 조세포탈은 조세범처벌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원 교수 "포괄주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개선 필요"
'상속과세존폐론' 발제 뒤 토론자로 나선 최원 아주대 교수는 현행 상증세 포괄주의제도와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03년 우리 상증세법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상증세 회피를 막기 위해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포괄주의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헌법적 관점에서 보자면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의 상충관계에 있어서 조세공평주의를 조세법률주의보다 한 수 위에 놓은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포괄주의 문제점의 예시로 주식가치 증가 따라 주주들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 교수는 "흑자법인에 재산을 증여한 자에 대해 법인이 자산수증익에 의해 법인세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인의 주주들에 대해 역시 주식 가치의 증가가 있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는 포괄주의 입법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최원 교수는 재산에 대한 명의신탁을 증여로 간주하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데도 공감대를 표시했다. 이중과세 논란과 더불어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는게 그 이유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조세공평주의에 반하며, 이중 또는 삼중의 과세를 가능케 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돼 위헌적인 요소가 많은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모가 자녀의 주식계좌를 이용한 주식매매를 통해 주식투자를 한 것에 대해 명의개서 시점에서 증여가 있다고 보아, 실제 차명으로 이전된 금액을 기준으로 수배에 이르는 증여세가 과세된 판결이 있다"고 소개했다.
대법원은 2011두10232 판결에서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시기상 또는 성질상 단절되어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돼 증여세가 과세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 교수는 "대법원은 일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합헌으로 전제하고 그로부터 나타나는 문제를 법해석을 통해 해결하고 있으며, 이는 법원이 법 해석기관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입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과감하게 위헌으로 선고하지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