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동반자, 이.낙.연 =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지난 3월 대통령 탄핵 관련 논평을 내놓는 모습. 당시 이 지사는 "이제 적폐청산과 국가개조로 함께 가야한다"고 밝혔다(사진출처 전라남도청).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현 전라남도지사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비(非)영남총리를 임명하겠다고 천명한데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며 국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대한민국 권력서열 2위 자리다. 같은 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는 하나, 이른바 '친문'과는 거리감이 있는 인사를 발탁한 것에 대해 '대통합·대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 초대 국무총리는…
1948년 제1공화국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 오면서 국무총리 자리를 정식으로 지낸 인물은 총 44명. 서리, 임시, 권한대행까지 따지면 총 73명이 총리직을 수행했다.
제1공화국에서부터 박정희 정부까지는 단 한 명의 호남 출신의 총리를 내지 못했다. 제5공화국에 들어서는 김상협(전북 부안), 진의종(전북 고창), 이한기(전북 고창) 전 총리 등 호남 출신 총리가 배출했으나, 노태우 정부에서는 맥이 끊겼다.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출범한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초대 총리 인사에는 집권 세력의 국정운영 기조와 철학이 담겼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호남과 3당 합당의 한 축이었던 민주정의당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황인성 총리(전북 무주)를 첫 총리로 임명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DJP연대에 따라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가 초대 총리직을 맡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 정부 시절 호남 출신 총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관료 출신인 고건 전 총리(전북 옥구)를 선택했었다. 당시 개혁 성향의 참여정부를 불안해하는 보수층의 반발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였다.
그간 각 정권마다 탕평인사, 호남차별 철폐를 외쳤지만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김황식 총리(전남 장성) 이후 호남 출신 총리는 다시 맥이 끊겼다.
영남 출신 대통령, 호남 출신 국무총리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유세에서 "호남은 국정운영의 제1 동반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초부터 호남 출신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그 후보로 이 후보자를 내심 점찍어 두고 있다가 당선이 확정되어가는 시점, 이 후보자에게 총리 지명 사실을 통보하고 수락의사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온건하며 합리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계 안팎의 분석.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까지 끌어안고 가면서 대통합을 이끌어내겠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가장 부합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민통합'을 비롯해 '적폐청산'도 국정운영 키워드로 빼놓기 어렵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헌정유린 사퇴 이후 탄핵정국을 거치며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이 '정권심판'이었기 때문에서다.
이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화두로 꺼낸 이 두 주제를 동시에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총리 후보 지명 소식을 접한 이후 그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 상충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상충되지 않는다"며 "두 가지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지혜롭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책임 총리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들이 상당부분 총리에게 분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청와대보다는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의 국정운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자는 언론·정치인 출신으로 전남도지사를 거치며 행정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만큼, 인사청문회 또한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