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표…"세상은 혼자아닌 더불어 사는 곳"

국내 재계 수장 중에서 세계가 인정한 기부왕이 있다.

2003년 '을지로 최'란 이름으로 익명의 기부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기부 금액만 37억3000만원에 달하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주인공이다.

1952년 수원 출생인 최 회장은 SK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선경인더스트리 이사, 선경그룹 전무, SK유통 대표이사를 거쳐 SKC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일했다. 지난해에는 선친이 설립한 선경직물이 모태인 SK네트웍스 회장으로 복귀했다.

최 회장은 5월 초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공동모금회(UWW) 주최 유나이티드웨이 커뮤니티 리더스 콘퍼런스에서 초대 글로벌 필란트로피 어워드를 수상했다.

세계공동모금회는 전 세계 1800개 회원기관에 교육, 훈련,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기금 모금과 배분을 통해 각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총 모금액만 51억 달러가 넘는 기관이다.

필란트로피 어워드는 고액 기부 등으로 공동모금회 활동에 공헌한 개인 후원자에게 주는 상이다. 최 회장의 필란트로피 어워드 수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적극적인 나눔 활동을 벌인 공로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마이클 헤이드 전 세계공동모금회 리더십위원회 위원장은 "최 회장은 한국에서 나눔의 저변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훌륭한 리더"라며 "'우리는 받아서 삶을 꾸려 나가고, 주면서 인생을 꾸며 나간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에 걸맞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최 회장은 "오늘은 기부와 봉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되는 날인 것 같다"며 "지구촌 곳곳에 더 많은 기부와 나눔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 회장은 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공동모금회 최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에도 가입했다.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은 세계공동모금회나 관련 기관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정한 회원들로 구성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재단 등 32명의 개인과 단체가 소속돼 있다.

그는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개인으로는 최고액인 6억3800만원을 기부했고, 지금까지 누적기부액이 37억3000만원으로 개인 기부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쾌척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최의 해피 펀드'란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엔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클럽) 총 대표를 맡으면서 박지성 등 유명인사들의 가입을 유치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알게 돼 짧은 시간에 회원수가 급속도로 늘어 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년 직장인들에게 제2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환급액도 다시 기부한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사회로 돌려준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이처럼 다양한 나눔 활동이 그를 국내 재계의 기부왕으로 부르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서도 아시아의 기부 영웅으로 선정한 배경이다.

최 회장의 나눔과 기부철학은 행복경영에 근간을 두고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행복한 참여·상생·변화를 원칙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공헌활동이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돼선 안 된다.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석구석 지원이 필요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면 우리 역시 나눔으로 행복해 진다"고 했다.

◆"언제까지 나눔 펼칠거냐고? 언제까지 밥먹을지 물어달라."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사는 곳이란 것이 최 회장의 지론이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최 회장은 "지금같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때일수록 주변을 더 돌아보고 돌봐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내 이웃과 나누는 행동만으로도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나눔은 모두가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위"라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최 회장은 앞으로 약정기부금을 활용해 우리 사회, 좀 더 나아가 지구촌과 전 인류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2015년 서울 라운드테이블에서 시리아 난민기금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를 넘어 지금 이 순간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손을 내밀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제 힘이 닿는 한 그늘진 곳에 가려진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전히 전쟁의 위험에 놓여있는 나라라는 인식도 높습니다. 저는 우리가 얼마나 시민의식이 높고,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경제력 기술력 등을 갖췄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조금씩 기부하는 경비 아저씨 등 진정한 영웅들이 많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