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봉사 DNA, 부모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집무실 책상 뒤에는 액자 속 사진 한 장이 걸려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최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다. 최 회장은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이 지금처럼 나눔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데에는 다 부모님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7일은 그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이날 서울 명동 SK네트웍스 본사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최 회장이 서있었다. SK그룹의 모태이자 선친이 세운 회사의 대표로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까닭에서다.

당시 최 회장은 SK텔레시스에서 가져온 아버지인 최종건 창업주의 동상에 큰절을 올리며 SK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항상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도와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분이었다고 회상한다.

"선친은 전쟁의 폐허속에서 기업을 일으켜 끼니를 떼우기도 힘든 시절 공장을 지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어려운 이웃들을 늘 돌보던 분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니는 쌀을 씻을 때 일정량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동네 어려운 주민들에게 조용히 나눠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 가르침에 100만분의 1도 보답할 길은 없다

최 회장은 "나눔은 이제 일상이고 습관이 됐다"며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선친의 철학과 가르침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에게 나눔과 봉사는 보람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피로회복제 같은 의미가 더 크다. 

시골 마을에서 연탄을 나르고 있을 때 허리도 못 필 정도로 연로한 할머니가 음료를 손에 쥐어 줄 때 느끼는 행복감, 한 겨울 쪽방촌에 찾았을 때 너무 고맙다며 앙상하게 마른 손으로 두 손을 잡아 주던 할아버지의 체온.

"이런 것들이 오히려 제게 커다란 긍정의 에너지를 줍니다.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와 의지를 굳히기도 하구요."

최 회장은 부모님께 배운 나눔의 철학을 현재의 자녀들에게도 전하고 있다.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것이 자식들에게 나눔과 봉사의 행복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에서다.

특히 지난해 둘째딸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 전액을 모두 경기사회복지모금회와 기아대책에 기부해 사회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4년 2월, SK그룹 창업주인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재단법인 선경 최종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룹이 시작됐던 수원에서 장학사업을 시작했지만 점차 활동 지역을 전국적으로 넓혀 가면서 지난해까지 2288명에게 34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다.

그는 "선친은 생전에 수원에 기술학교를 짓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다"며 "더 많은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장학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선친의 모교인 수원 신풍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린 사실을 듣고 주저 없이 많은 책과 발전기금을 내놨다.

그는 "신풍초교 교장 선생님에게 지난해말 편지가 왔는데, '아이들이 행복해한다'는 말에 아버지 생각도 나고 말할 수 없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게 있어 선친은 사업경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신규 사업을 진행하거나 사업 방향을 수정할 때 중시하는 과감함도 선친이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었다.

그는 "선친께서는 늘 어떠한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패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일과 사람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불황 극복의 혜안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기업을 경영할수록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고 했다.

최 회장은 취임 후 LPG사업을 SK가스에 양도하고 패션사업을 현대백화점 그룹에 매각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적자부문을 과감히 정리했다. 반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생활가전 렌털업체인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해 SK매직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SK렌터카 사업을 순항시켜 국내 렌탈 사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워커힐 호텔을 초일류호텔로 이미지를 변모시키는 등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성과를 올렸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의 기존 사업 구성으로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동참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업군의 트리밍과 새로운 방향으로의 구성이 필요한 순간에 과감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