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에는 '선의(善意)의 거래당사자'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거래처의 사업자등록증, 사업장 등을 직접 확인하고 적격증빙을 받는 등 지킬 것을 다 지키면서 거래를 했다면, 설사 상대방이 위장사업자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다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죠.
실제 선의의 거래당사자로 인정돼 '세금폭탄'의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법은 냉혹한 법.
선의의 거래당사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거래의 실질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증빙이 잘 갖추어져야 합니다.
증빙이 어설프다면 추후 "정상적인 거래인 줄 알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불복이야기에서 소개할 사례는 위장사업자와 위험한 거래를 해오던 A법인의 이야기 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고철(비철) 도소매업을 영위해온 A법인은 거래처 B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의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매입세액으로 해 2014년 제2기 부가세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조사결과 거래처 B는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을 수수하는 '자료상'으로 확인됐고, 이에 과세관청은 A법인에 부가세 및 법인세 등을 경정·고지했습니다.
즉각 불복에 나선 A법인은 거래에 앞서 B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했고 비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있을 만한 사정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법인은 또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 등을 확인하고 선의의 거래당사자로 보아 과세를 취소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면서 B와의 거래는 2014년 8월 단 2차례에 그쳤는데, 그 이상의 엄격한 주의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과세관청은 A법인이 주의의무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과세관청은 A법인이 2005년부터 10년 이상 고철 도소매업을 하면서 영업현황, 판매경로 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처의 사업자등록증 확인 등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거래처가 계근대, 야적장 등 기본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정상적인 사업자인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관계와 양측의 주장을 면밀히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심판원은 "A법인은 고철 등의 유통경로, 업계의 일반적 거래형태나 방식, 자료상의 실태 및 위험성에 관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실제 사업자인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세금계산서의 증빙으로 제시한 계량증명서에는 취급자 란이 공란이고 서명이 없는 점, 세금계산서상의 거래물품이라고 제시한 사진에는 촬영장소가 확인되지 않아 물품을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A법인을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한 선의의 거래당사자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7부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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