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근로자들의 기본급 결정기준으로 '직무 성과'보다 여전히 '근속연수(호봉급)'가 적용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7년 500대 기업 임금체계 현황 조사(199개사 응답)'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기본급에 대해 호봉급을 적용받는 근로자수 비중은 4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능급 34.5%, 직무급 13.5% 순이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호봉급을 적용받는 근로자수 비중은 0.2%포인트 줄어든데 반해, 직능급과 직무급 근로자수 비중은 각가 0.4%포인트, 2.8%포인트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생산직 근로자는 호봉급이 70.6%에 달했으며, 직능급과 직무급은 각각 15.2%, 5.2%에 불과했다. 반면, 사무직 근로자는 직능급 비중은 57.7%였으며, 호봉급은 13.2%로 가장 낮았다.
이 설문조사에는 199개사가 응답했는데, 151개사에서 호봉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회사들은 호봉급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근로자 성과관리 어려움(38.4%)', '장기근속자 고용유지 부담(33.8%)', '경기변화에 능동적 대처 애로(20.5%)' 순으로 답했다. 이 같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호봉급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로는 '기존 관행상 유지(32.5%)'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임금체계의 문제점으로는 '(성과가 달라도) 보상 수준이 비슷해 무임승차자 발생(42.7%)'이라는 응답의 비중이 가장 컸으며, 임금체계 개선 사항으로는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하는 제도 도입(40.0%)' 등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향하는 임금체계로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직무급을 모든 직군에서 공통적으로 1순으로 꼽았다.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급은 3순으로 가장 낮았다.
한경연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직무, 직능급이 보편적이고 호봉급 중심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이미 직무·직능급이 주된 임금체계로 자리잡았다"며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이 임금체계가 장기적으로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