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파트 투기 세력에 대한 분명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취임사서 PPT제시 이례적…"시장과열, 공급부족 탓 아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아파트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을 공급부족이 아닌 5주택 이상 보유자 등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이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에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열의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주택가격이 과열됐던 올해 5월과 지난해 5월 주택거래 현황을 비교한 결과 5주택 이상 보유자의 증가세가 가장 돋보였다"며 "강남 58%, 송파 89%, 강동 70%, 서초 23% 등 강남 4구에서만 거래량이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67%, 은평 95%, 마포 67% 증가 등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움직였다"며 "무주택자와 1주택자들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장관이 공개한 파워포인트(PPT)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집을 산 전국 비율은 전년 동월에 비해 7.47% 상승했다. 3주택자는 6.19%, 4주택자는 4.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주택자는 같은 기간 1.71%, 무주택자는 6.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주택자의 경우 강남4구 거래증감율도 저조했다. 서초, 송파, 강동이 각각 9%, 2%, 33% 증가했으며 강남은 3% 줄었다.
◆…올해 5월-전년 동월 대비 주택소유별 전국 거래증감율.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장관이 취임사에서 상세한 PPT 자료를 제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아파트 투기 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알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장관은 강남4구에서 29세 이하 세대의 주택거래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점도 실수요자로 인한 과열현상이 아니라는 증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강남4구 연령별 거래증감율은 전년 동월 대비 29세 이하가 54% 늘었다. 이 기간 40대는 14%, 50대는 13% 증가에 그쳤고 60대와 70대는 각각 3%, 8%씩 감소했다.
김 장관은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의심할만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며 "이번 대책은 그런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이고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 주거 안정 위한 '주거 사다리 정책 ▲도시재생 뉴딜 추진 등 균형발전 가치 재정립 ▲건설·운수업 비정상적 관행 혁파 등을 국토부 중점 추진 과제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