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홍욱 관세청장.
말 그대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오고 일부에서는 대놓고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새다.
관세청 이야기다.
최근 천홍욱 관세청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박근혜 국정농단 스캔들의 몸통인 최순실을 만나 '충성맹세'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최순실의 측근 고영태를 만나 '사전면접'을 봤다는 의혹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세청 조직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당초 공식 창구(대변인실)를 통해 고영태와의 만남을 부인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는 등 국정농단 세력과의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온 천 관세청장의 행보 또한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관세청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부 관세청 직원들은 천 관세청장에 대해 강한 분노감을 드러내는 등 그가 새로운 관세청장 인선 여부와 상관없이 당장 관세청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 강경파는 '내부인 출신 관세청장들이 다 망쳤다. 다음 청장은 반드시 외부에서 와야 한다'는, 관세청 조직의 전통적인 인사인식과 배치되는 목소리까지 내는 등 조직 분위기는 엉망이 된 모습이다.
관세청의 한 직원은 "천 관세청장 관련 언론보도로 직원들의 기분이 다들 안좋다"라며 "이 정도 됐으면 당장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예정된 한-베트남 관세청장회의에 참석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비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 관세청장은 지난 28일 서울에서 베트남 관세청장을 만나 제17차 한-베트남 관세청장회의를 가졌다. 관세청은 회의 내용 및 기념촬영 사진 등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전 언론에 배포하기까지 했다.
일부에서는 현직 관세청장으로서 예정된 국제적 교류 석상을 빠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교체되는 시점까지 관세청장으로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옹호론을 펴기도 하지만 조직 일각에서는 '분위기 파악을 못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직원은 "천 관세청장이 취임한 후에 낙하산 청장들과 달리 많은 것을 바꿔놓았고 조직의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부적절한 만남으로 그에 대해, 나아가 관세청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세청 직원은 "현재 관세청 분위기는 정말 최악이다. 직원들끼리 모였다하면 다들 청장과 관련한 불평과 불만을 내놓는다. 속된 말로 다들 '뚜껑'이 열린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차기 관세청장 인선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도는 모습이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본부 1급 및 외청장 인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주 새로운 관세청장 인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천 관세청장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한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관세청 내부에서는 '내부청장이 발탁될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관세청의 한 직원은 "김대섭 전 인천본부세관장과 천 관세청장 등 내부출신 청장과 고위직들이 조직을 다 망쳐놨다"며 "다음 청장은 외부의 힘 있는 인물이 내려와 조직 분위기를 추슬렀으면 좋겠다. 그래야 관세청이 부끄럽지 않은 조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실 천 관세청장이 임명될 때부터 조직 내부에서 말이 많았다. 퇴직한 사람이 청장으로 오는 경우가 없었는데, 내부인 출신이라서 환영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 끝이 안좋게 됐다. 이 사건으로 내부승진 청장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