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불복했을 때 '이의신청'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으나, 국세청이 '과세가 부당했다'고 인정하면서 돌려주는 세금은 줄고 있다.
이의신청에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납세자는 다시 심사청구, 심판청구를 신청하게 된다는 점에서 재결기관으로서는 행정력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조세불복 절차의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어 이를 단순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1일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세무사)이 발표한 '한국의 조세불복제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의신청 처리대상건수는 2015년 현재 4191건으로, 1년 전(5209건)보다 1018건이 줄었다. 경정처리 건수비율(인용비율)은 2014년 24.6%에서 2015년 26.3%로 상승세에 있다.
반면 감세액은 2013년 1192억원에서 2014년 966억원, 2015년 739억원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이의신청은 원처분청이 재결기관이다.
동일한 세무서장(또는 지방국세청장)이 처분했던 사항에 대해 취소를 하는 것이기에 인용비율이 낮으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 실제 인용비율은 2011년 26.6%에서 2012년 23.4%, 2013년 24.1%를 기록하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었다.
이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데는 심사청구제도나 심판청구제도로 대신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이의신청제도는 '과세전 적부심사제도'와 그 불복의 주체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이미 동일한 불복사항에 대해 국세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과세전 적부심사제도가 이의신청제도보다 납세자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실효성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과세전 적부심사청구의 인용비율은 26.7%로 1년 전(24.9%)보다 1.8%포인트 올랐으며, 같은 기간 감세액도 2214억원에서 2917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또 하나의 사후구제 제도인 '감사원 심사청구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세청, 조세심판원에 비해 감사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처리대상 건수는 2014년 1284건에서 2015년 1947건으로 늘어난데 반해, 인용률은 같은 기간 21.0%에서 2.4%로 급격히 하락했다. 보고서는 "이의신청제도, 감사원 심사청구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 불복절차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액이 큰 사건들은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을 거친 후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로 절차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비추어볼 때, 동일한 기능을 가진 불복제도를 양립시키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을 보더라도 동일한 기능을 가지는 행정 불복제도를 양립시키고 납세자에게 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운영하는 곳은 없다.
이에 '과세전 적부심사-심판청구-행정소송'으로 심급 구조를 단순하게 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세불복의 사후절차로 이의신청과 심사청구를 폐지하고 행정심판의 필요적 절차인 심판청구로 통합이 되면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제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