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청와대가 시키는대로... =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지난해 초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신규 면세점 특허발급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자료를 왜곡하는 등 상식밖의 행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15년 7월 신규 면세점 특허발급 과정에서도 김 전 관세청장은 후보업체와 부적절한 식사자리를 갖은 사실이 들통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감사원, "면세점 선정 과정 총체적 난국" 감사결과 발표
청와대 '입김' 사실로... 현 관세청장은 자료 파기 지시까지
선정 과정 '엉망진창'…관세청, 개청 이후 최대 위기 직면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의혹만 무성했던 관세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의 총체적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청와대의 개입, 청와대가 시키는대로 꼭두각시 역할을 한 고위공직자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박근혜 정부의 면세점 확장 정책은 '재앙'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강조하던 관세청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한 방에 개청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 저기 '장난질 흔적', 관세청은 왜...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과 11월, 2016년 4월 각각 이루어진 관세청의 시내면세점(서울 등) 사업자 선정 전반에 걸쳐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창조경제'라는 명분아래 2015년 1월 발표된 서울지역 3개 시내면세점(대기업 2개, 중소․중견기업 1개) 추가설치 사업은 대기업 등 21개 기업이 달려들어 경쟁한 끝에 HDC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 등 3개 업체가 선정되면서 마무리됐다.
선정 결과 발표전 선정 업체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정보유출' 의혹 등 무수히 많은 뒷말과 의혹이 흘러 나왔다. 관세청은 선정 결과에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특정 업체의 점수는 높거나 낮게 산정하는 등 노골적인 '밀어주기'가 시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차 면세점 대전'으로 불렸던 2015년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도 부실 투성이였다.
당시 동대문 상권을 쥐고 있는 두산과 남대문 상권의 맹주 신세계가 각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고 잠실타워점과 소공동점 특허권 연장을 노렸던 롯데는 소공동점만을 유지했으며 워커힐점 특허권 연장을 추진했던 SK네트웍스는 수성에 실패하면서 면세점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게 됐다.
이 당시에도 관세청은 엉터리로 점수를 부여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나타났다.
◆…"사업자 선정 중단 요구 안들은 이유가... 결국" =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도자료의 일부분.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관세청이 조직적으로 자료를 왜곡하는 등 부정한 시도가 있었음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논란이 가장 극심했던 2016년 12월 '3차 면세점 대전' 결과도 관세청의 장난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월 뜬금없이 진행된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발급은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는 등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몰려 나와 신규특허 발급 중단을 요구했는데도 불구, 관세청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은채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DF 등에게 신규특허를 부여했다. 이후 천홍욱 관세청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선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신규특허 부여 전반에 걸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흔적들이 다분했고, 청와대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김낙회 전 관세청장을 필두로 관세청이 조직적으로 자료를 왜곡하는 등 시도가 이루어진 사실이 밝혀졌다.
"비리 발견되면 취소하겠다고?" 낯 두꺼운 관세청
지난해 12월 3차 면세점 대전 결과가 발표를 전후로 논란이 극심했다.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상황이었고, 최순실이 면세점 사업 특혜를 미끼로 롯데 등 기업들에게 돈을 긁어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관세청으로서는 주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관세청은 면세점 선정을 그대로 밀고 나갔고, 사업자 선정을 마친 후 '특허 결정 과정에서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판정된다면 즉시 특허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후보업체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에 동의하는 '각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선정 과정에서 부정행위는 온통 관세청이 주도적으로 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다.
특히 관세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후보업체의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업체에 반환해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하라'는 지시를 받고 본청에 보관하던 서류는 해당 업체에 반환하는 한편 서울본부세관에 보관 중이던 탈락업체 신청서류 등을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 파기 지시는 천홍욱 관세청장이 내린 것으로 확인됐고, 감사원은 천 관세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일을 처리했던 관세청 직원들(2015년 신규 부당선정 관련자 6명, 2015년 후속 부당선정 관련자 2명, 사업계획서 파기 등 관련자 3명)은 꼼짝없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