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일정 규모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이른바 '큰 손 투자자'가 줄어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로 주식시장이 위축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기업공개(IPO)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세율 인상은 투자 수익을 낮추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땀 흘려 일해 근로소득을 버는 사람들은 누진 과세하는데, 가만히 앉아 거액을 주무르는(?) 주식 부자들에게 이 보다 낮은 세금을 부고하는 것에 대한 공평과세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금액별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고강도 세법개정안까지 내놓았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현행 20%인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과세표준 금액이 3억원을 넘길 경우 25%가 적용된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지금처럼 2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가령 10억원을 투자한 대주주라면 기존 세액은 2억원이지만 내년부터는 2억3500만원을 납부해야만 한다. 과세표준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등 필요 경비를 뺀 양도소득금액에서 기본 공제액인 250만원을 차감한 수준이다.
과세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도 넓어졌다. 2021년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을 막론하고 종목당 보유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로 간주되어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현행은 코스피 25억원, 코스닥 20억원이다.
투자심리 위축 우려…불로소득에 세금 더 무겁게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인 고액자산가의 직접투자 축소로 연결될 수 있어 시장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오너일가인 대주주들은 주식을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영권 방어 등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양도 차익 과세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대주주의 기준에 걸린다면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보유액 기준이 크게 낮아져 과세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장에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오너일가가 아닌 고액자산가들은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줄이고 한 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분산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효율성 입장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식양도에 따른 세율이 인상되고 과세 대상의 범위로 확대되면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은 짙으나, 추가적인 규제는 2021년부터 작동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는 해당되지 않은 점을 비추어볼 때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5년) 간 주식양식에 따른 시세차익 총액은 6조5790억원으로 나타났다. 약 10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은 28명으로, 이들은 약 62억원에 주식을 사서 2431억원에 팔아 무려 39배의 시세차익을 낸 셈.
정부가 근로소득·사업소득·부동산 양도소득 능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주식 양도소득에도 누진 세율을 도입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여전히 다른 소득과의 과세불공평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에 양도소득 금액에 따라 6~4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주식보유기간 1년 미만의 단기양도소득에 대해서는 현행 30%에서 40%로 세율을 올리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가 되지 못한 부분은 공평과세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소액투자자들 대부분은 매매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적정한 수준의 양도차익은 기본공제를 해주면서 낮은 세율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