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여야는 16일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을 정부 수립의 해로 분명히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에 명시된 내용을 근거로 앞세워 "1919년을 건국으로 봐야한다"며 문 대통령 발언에 힘을 보탰다. 동시에 야당에게는 "더 이상의 역사왜곡을 하지 말라"며 비판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건국절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100년을 위해 비전과 역사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야당은)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외면하고 (1919년)건국 역사를 줄이고자 했다. 또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고 했고, 국정교과서 등을 통해 1948년 (건국을)기정 사실화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거듭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역사 축소"라고 일갈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헌법에서 명시하는 임시정부 법통 계승 정신에 따라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씀하신 것"이라며 "(야당은)부질 없는 건국절 논란을 반복하지 말고 건국 100주년에 담긴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에 협조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규정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며, 스스로 쿠데타의 후예이며 항일 세력을 폄훼하고 있다고 자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보수야당은 일제히 건국절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발언한 것을 문제 삼으며 "(역사 문제는)특정 정권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대표 및 최고위원-3선 국회의원 연석' 회의에서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고 그 당시 유엔 결의에서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됐다"며 "(1919년 건국론은) 그 정통성을 부인하자는 것이고,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남북한의 정통성 싸움을 피해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 대표는 "나라가 되려면 영토, 주권, 국가 이게 나라의 3대 요소"라며 "1919년도 상해 임시정부 당시에 우리가 이러한 요건을 총족한 상황이었는지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좌파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이 사안을 규정한다고 해서 역사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전 대한민국 역사가 대통령이 말하면 역사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통령 스스로가 정부가 역사를 만들 수 없다고하면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것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신차려야 한다"고 공격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문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을 재점화해 역사의 문제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국민분열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역사는 특정 정권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면서 "정치권이 역사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국정교과서 사태에서 똑똑히 목격해 놓고 정치가 역사를 재단하려는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