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정부의 인사 후보자들을 상대로 5대 비리 원칙(위장전입·논문표절·세금탈루· 병역면탈·부동산투기), 정치적 이념 등을 문제삼으며 반대 공조를 공고히하고 있다.
앞서 야 3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 보이콧뿐 아니라 국회 본회의 표결 불참 등 반대 입장으로만 일관하며, 일부 후보자들의 낙마를 이뤄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인사 문제를 고리로 삼아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출범 이후부터 줄곧 80% 안팎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국정동력을 저지,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야당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그치고 있고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만큼 당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이렇다 할 국민적 공감대나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들에 대해 5대 비리 의혹 등을 숱하게 제기했지만 후보자들 대부분이 소명을 통해 해명했고 여론도 대체로 찬성하는 기류를 나타냈다.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정권 1기 인사에 대한 평가는 야당의 공세 속에서도 긍정평가가 50%로 부정평가인 28%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당지지율은 한국당이 11%, 국민의당 4%, 바른정당 7%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야당이 내놓는 주장이나 정부를 향한 반대 논리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7%로 야당과 큰 격차를 보였다.
□ 이념 공세로 얼룩진 야당의 지명 철회 요구 = 야당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정치재판관', '반(反)헌법 재판관'이라고 규정, 인사청문회 개최조차 거부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유정 후보자는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17대 총선에서는 민노당을 지지했다. 또한 18대 총선에서는 진보신당을 지지했고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를, 또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면서 "인사 만사가 아니라 인사 망사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 후보자는 정치재판관 후보자이고 반헌법 재판관 후보자로 단정짓는다"면서 "문 대통령은 당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하고 편향성이 없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헌재가 생긴 이후 가장 편향적인 인물을 자리에 앉혔다"며 "(이 후보자는)선거나 정치 행사가 있을 때마다 특정 정당이나 진영을 지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의 지명은 '헌재의 사유화', '이유정 알박기'라고 지적하며 "(문 대통령은)헌재에 대한 새 인사적폐를 만드는 것을 직시하고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거부하는 것은 헌재의 본연의 취지와 대통령 고유의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헌재는 사회 각 분야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해서 판단을 내리는 정치적 재판기관의 성격이 있다"면서 "따라서 재판부는 소수와 약자 등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재판관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민간인으로서 이 후보자의 정치활동을 문제삼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 양심의 자유, 정치적 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념장사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범계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민간인으로서 본인의 사상과 생각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선언했을 뿐"이라면서 "야3당이 문제삼는 것은 (이 후보자가)여성이고, 더 나아가 진보적인 성향이 확연한 후보자에 대한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 인사 놓고 조건부 '딜' 제시한 국민의당-바른정당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사실상 번복하며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없이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면서 같은 날 앞서 진행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잠정 합의했던 사항을 깨트렸다.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민주노동당, 박원순 서울시장, 문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 자격요건 흠결에 해당한다"고 했고, 주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지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 추천 3인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정치적이라는 국회 추천을 봐도 이렇게 정치 편향적인 분은 없었다"고 거들었다.
불과 반나절만에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뒤집고 정부와 여당을 향해 '조건부 협상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않으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본회의 상정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며 "조건을 거는 것은 부당하다. 이미 국회의장 주재 회의에서 대략적인 공감대가 있었고, 그것을 수석부대표 회의로 넘겼고, 수석부대표 회의에서 합의를 했으면 그것이 합의"라고 질타했다.
앞서 제윤경 의원도 "원내수석간 회동에 따른 합의에는 31일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표결 상정을 약속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수석 회동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마치 조건부 합의를 한 듯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