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8·2 부동산대책과 9·5 후속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지도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연일 보유세 인상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속도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우원식 원내대표 역시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은 물론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들에 대한 추가 조치를 단계적으로 꺼낼 수 있다"고 궤를 같이했다.
국회 기재위 소속 김종민 의원은 "우리나라 땅값이 지난 50년 동안 3600배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보유세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나 기획재정부 쪽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난 '부자 증세'처럼 여당이 보유세 불을 지피고 정부가 한껏 띄워 여론 몰이하는 역할 분담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 인상에 대한 효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100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당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등록하면 보유세 보류하나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세일보 기자와 만나 "당장 내년에 보유세를 올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반기 조세재정개혁특위 등에서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보유세 인상은)'중부담-중복지' 바탕 아래 실현돼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의 경우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 반면 일부 다주택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임대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보유세는 올릴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다주택자가 민간 공적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와 건강보험료, 인세티브 등을 확대·지원하겠다는 방침이 표면적으로는 공적임대사업자를 육성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주택자가 편법 등을 이용해 임대료 등의 세금을 적게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여당은 정부가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 및 과다보유 부동산 매각을 유도하고 있는만큼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는 보유세 카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