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통신비 인하 공방서 압승”
문재인 정부가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 통신3사를 압박했지만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엄포에 지레 겁먹어 인하 시늉만 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비 인하의 수혜 대상자가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이번 통신비 인하조치로 선택할인약정(휴대폰 가입 시 요금 일부 할인과 공시지원금 중 선택하는 제도)을 20%에서 25%로 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수익이 현저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정부측에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2%에서 20%로 8% 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통신사들의 무선부문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나 수익이 전혀 줄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통신사들의 엄살에 놀아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정에서는 적용 대상을 신규가입자로 한정하고 기존 20% 선택약정할인 가입자(6월말 현재 1430만 명)의 경우 잔여기간이 6개월 이내인 경우에만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효과가 더욱 한정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정부가 20% 할인요금 적용자 중 잔여기간이 6개월 이내인 가입자가 25%로 재약정하는 경우 기존 약정에 따른 부과금 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장기가입자 위약금 유예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통신사들이 장기가입자에 대한 위약금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에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현재 대상자의 18%만 이용하고 있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저가 단말기 사용자로 확대되면서 평균가입률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업계와 증권사는 한술 더 떠서 70%도 넘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일부 증권사는 선택약정할인이 5% 포인트 상향될 경우 올해 180억 원, 내년 2836억 원, 그리고 내후년 5585억 원 등 향후 약 27개월 동안 8601억 원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통신사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할인율이 12%로 현재에 비해 훨씬 낮았던 2014년4분기와 12%에서 20%로 8% 포인트 상향 조정된 2015년2분기를 기점으로 조사한 통신사들의 무선부문 수익과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액)의 변동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택약정할인율이 통신사의 수익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통신사들이 발표한 영업실적을 보면 2014년4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220억 원 감소했지만 이는 4분기 매출이 감소하는 업종의 계절적 특성에 의한 것으로 평균 ARPU는 오히려 543원(1.52%) 증가했고, 할인율이 8% 포인트로 높아진 2015년2분기에는 수익과 ARPU 모두 전 분기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히 이번 제도시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년 이상 유형별 가입자 현황을 보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단통법 시행과 함께 공식통계를 발표한 2014년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가입자 변동을 보면 신규 1085만8천명, 번호이동 1150만8천명, 기기변경 1997만4천명 등 총 4023만1천명으로 이중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이 전체 가입자의 74.2%에 해당하는 3148만2천명에 이른다. 이번 기준대로라면 제외되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지키겠다며 기본료 폐지를 들고 나왔지만 통신사들의 압박과 일부 과장된 추측에 밀려 기본료 폐지는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선택약정할인 25%를 앞세웠지만 적용대상이 일부에 한정되면서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져 한바탕 소란만 피운 셈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제도 시행이 일부 가입자에게 한정됨으로써 통신비 인하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면서 “적용대상을 신규가입자는 물론 기존 가입자에게도 소급 적용하지 않으면 정부의 통신비 경감 대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