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김희철 서울지방국세청장(사진 우측)과 김용균 중부지방국세청장이 국감시작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 모두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탈세를 조사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고 지방국세청장들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서울 수송동 소재 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재산세 징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국 부동산 거래의 절반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고 거래량도 4~5년 사이에 두배 이상 늘었는데, 국세청의 인력 운영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연도별로 보면 중부·서울청 둘다 조사 인력이 많이 줄었다. 세무서 수는 늘어나는데 부동산 조사 인력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도 "서울의 전세 가격이 수 억원하지만 전세자금 출처조사는 서울 75건, 중부 11건 밖에 되지 않는다. 전월세 가구가 수백만 가구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택매입자금 조사는 현재 조사율 0.08%에서 1%로 단기간에 끌어올리고 전세 자금출처 조사기준은 9억원 이상 말고 최소한 2억~3억 정도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지금까지는 정치적 세무조사에 에너지를 빼앗겼다. 국세청이 이런 주택자금조사를 해야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라며 "임대소득 무·과소신고 혐의자 12만명에 대해 사후검증을 하니까 139명으로 걸러졌다. 이러니 부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차갑고 국세청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희철 서울청장은 "관내 부동산 투기 거래가 많으니 세금 탈루가 많다"면서 "조사요원이 더 필요하다 생각하고 재산제세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 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본청과 협의해 보충 하겠다"고 답변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다주택자 세무조사 문제,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 등 정부 정책에 따라서 세무조사가 이뤄진다면 세무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세무조사는 고유업무로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서울청장은 "부동산 거래 조사는 세금탈루가 있으면 조사해오던 것"이라며 "올해는 부동산 경기 과열로 세금탈루 행위가 많아서 강화한 측면이 있다. 세무조사 집행하는데 있어서 원래 목적에 충실하게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최순실 명의로 된 시가 200억~250억원 건물에 대한 증여세와 재산세를 기준시가 100억원을 기준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의원이 지적하자 김 서울청장은 "시가와 고시하는 가격이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법령 개정 필요성 느끼고 있다. 본청과 협의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마 위 오른 '조사4국'…대안 마련 압박에 '진땀'
지난 13일 열린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국세행정개혁TF'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세무조사 문제가 이날 국감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정치적 세무조사의 주체로 지목된 서울청 조사4국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지면서 김 서울청장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로 불린 조사의 대부분을 4국에서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승희 국세청장이 첫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정치 세무조사 점검하겠다고 했고 최근 국감에선 과거의 국민적 의혹을 점검하고 객관적 평가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는데 서울청은 어떤 개선 방안을 갖고 있냐"고 물었다.
김 서울청장은 "국세행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수행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4국은 여러 얘기가 있지만 고의적인 탈세 행위,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고 원활한 국세행정의 운영을 위해 조사4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세무조사를 하라는 외부의 압력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세무조사 지시와 관련된 책임자 혹은 지휘자를 문서화 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제안에는 김 서울청장과 김용균 중부청장 모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추 의원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검찰총장이 중요한 결정에 대해선 이를 지휘한 상급자를 기록에 남기겠다고 했는데 국세청도 마찬가지"라며 "국세청이 전부 기록으로 남긴다고 외부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를 시행할 용의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김 서울청장은 "전 지방청에 관련된 사안이라 본청과 상의해서…"라고 말끝을 흐리자 추 의원은 "기록으로 남기겠냐"고 재차 물었고 김 서울청장은 "본청과 상의해서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추 의원은 "여러 경험에 비추어보면 직원들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을 때) 메모를 할 것이다. 그것을 구조화하라는 것"이라며 "야전사령관과 같은 서울·중부청장이 약속을 하면 이를 관리하기 편하지 않겠느냐"라고 압박했다.
그럼에도 김 서울청장은 "뜻은 잘 알겠다. 본청과 상의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김 중부청장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즉답을 회피했다.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정감사 회의장 전경.
금품비리 많은 서울·중부청…고개숙인 청장들
금품수수 비리가 타 지방청에 비해 유독 많은 서울·중부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서울청과 중부청은 다른 지방청에 비해 금품수수자가 많다. 과세건수도 많고 직원 수가 많아서 금품수수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세청은 청렴이 정말 중요한 기관인데 국세청은 국민권익위에서 평가한 청렴도에서 최하위거나 뒤에서 2등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매년 어떻게 청렴도가 최하위냐. 국세청이 이를 중요한 목표로 삼아서 (비리직원을) 엄벌 처하고 징계수준도 타 기관보다 높이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바뀐 모습을 보고 싶다"고 요구했다.
김 서울청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더 많이 노력해서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 중부청장 역시 "늘 노심초사하는 부분이다.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5년간 과오납액 19조원 중 10조원이 서울청에서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오납 중 직권경정, 경정청구, 착오 이중납부 등으로 환급한 것은 국세청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한 셈"이라며 "이들은 세무행정이 정교하지 못해서 나오는 묻지마 징세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김 서울청장은 "서울은 특성상 경제규모가 크고 대기업, 금융기업, 외국계 기업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퇴직해 임의취업한 12명을 세무서 등에 공고해 경고해야 한다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김 서울청장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