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불합리한 세무조사, 높은 조세소송 패소율, 인력 부족, 체납, 비리직원 징계 등 서울청과 중부청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사항으로 제기했다. 특히 몇몇 의원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과세를 문제로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청 조사4국의 정치적 세무조사 수행 논란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봐주기 논란이 뜨거웠다. 김희철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서울 수송동 소재 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세무조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조사4국이 저승자사니, 정치적 조사를 한다는 그런 오명은 왜 듣고 있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전관예우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며 "서울청도 그런 차원에서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과거에 어떻게 관행적으로 해왔는지 이런 것을 밝혀 국민들에게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강조했다.
김 서울청장은 "조사4국은 탈세제보 등 구체적인 명백한 세금탈루 혐의 있는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서울청 입장에선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세행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 생각하고 앞으로도 수행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4국은 여러 얘기가 있지만 고의적 탈세 행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선 전문적 노하우가 있고 원활한 국세행정의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적 세무조사를 하라는 외부의 압력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세무조사 지시와 관련된 책임자 혹은 지휘자를 문서화 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김 서울청장과 김용균 중부청장을 당황케 만들었다.
김 서울청장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추 의원은 재차 질의했고 김 서울청장은 "뜻은 잘 알겠다. 본청과 상의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김 중부청장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상황을 무마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서울청 조사4국이 오명을 벗지 못하면 국세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다"며 "국세청의 조사관리지침이 투명하지 않다. 이를 법으로 규정하면 청와대나 윗선의 하명에 따라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한 법을 만들테니 이것은 고쳤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서울청장이 "본청과 상의해서 하겠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자신이 없느냐. 정권이 바뀌면 욕 한번 듣고 끝내려고 하느냐. 사명감을 가지고 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밖에 심재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은 현행 국세기본법 비밀유지 조항에 의한 세정 비밀주의에 기인했다"고 지적하자, 김 서울청장은 "국기법 비밀유지 조항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조항이다. 오히려 비밀유지 조항이 없을 경우 문제점이 많아서 선진국에서도 이런 조항을 채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차세무조사가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의 발단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세청이 2012년도부터 2016년도까지 5년 간 교차 세무조사를 벌여 총1 58건에 대해 3조4448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며 "이 중 서울청 교차조사가 전체의 73건(46%), 부과세액도 전체 93%인 3조2129억원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김 서울청장은 "서울청 조사4국이 교차 세무조사를 다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담당이기 때문에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두 지방국세청장의 '작전 모의' = 이날 국감에서는 부동산 거래 탈세혐의자 세무조사 강화,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세금탈루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의원들은 질의를 하면서 김희철 서울청장과 김용균 중부청장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본청과 상의해서 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다가 오후 질의 때 결국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라는 정병국 의원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건희 차명계좌' 봐주기 논란…서울청장 "법과 원칙 따라 집행"
이날 국감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지 않고 4조5000억원을 인출해간 것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이 2008년 대국민사과를 할 때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서울청 관할 아니냐"라며 "국민이 보기에는 이것이 대표적인 문제다. 4조5000억원을 상속받았는데 적절한 세금이 무엇인지 말을 안한다. 세금을 내겠다고 하고 개인 명의로 가져가 상속세를 안 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국세청이 살아있구나라고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며 "세금 포탈했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액수를 본다면 차명계좌에 있던 4조5000억원 중에서 과징금을 제외하면 1조원 가까운 돈이 세금으로 추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변칙적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국세청이 업무보고에서 활자로 박았는데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의 변칙적 대물림에 대한 차단만 제대로 해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같은당인 윤호중 의원도 "이 사안을 상속으로 봐야할지, 증여로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최종 수증자는 세금 신고를 누락하고 탈세한 만큼 결과적으로 이익을 편취한 셈이 아니냐"라며 "증여세 부과를 안했기 때문에 이익이 된 셈인데 이익분에 대해선 당연히 과세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의했다.
김 서울청장은 "개별납세자에 대한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과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 비리, 그거 참 곤란하네" = 국세청 출신 세무사 비리에 대한 자료를 따로 관리하냐는 김성식 의원의 질의에 김희철 서울청장과 김용균 중부청장이 "자료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 비리 온상"…대책 마련 요구
지난 13일 진행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국세청 출신 세무대리인의 비리 문제가 또 다시 등장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의 비리를 실질적으로 막으려면 이를 비리 유형별로 구분하고 청 출신이지 입직별로 따져봐서 본청과 일선이 공유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금품수수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어느 정도 징계를 받고 형사고발 되는지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비리사건이 발생했을 때 세무대리인이 국세청 출신인지 따로 관리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김 서울청장과 김 중부청장 모두 자료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자 김 의원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 의원은 "서울청의 경우 5700건의 세무조사를 했는데 사적관계 신고는 65건이다. 사적관계 신고대상도 양도세 등에 국한되어 있다"며 "불복대리까지 확대하는 것이 투명성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 미신고시 처벌근거도 없는데 전현직 공무원 접촉 신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방청에 근무했던 퇴직자는 관할지에 1~2년 수임제한을 해야 하고 기타로 분류된 조사대리 수임료를 데이터로 관리하면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이렇게 하면 국세청의 청렴도와 자존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서울청장은 "정책적 제안에 대해선 본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으며, 김 중부청장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이날 오전 질의에서는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서울의 전세 가격이 수억원하지만 전세자금 출처조사는 서울 75건, 중부 11건 밖에 되지 않는다. 전월세 가구가 수백만 가구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택매입자금 조사는 현재 조사율 0.08%에서 1%로 단기간에 끌어올리고 전세 자금출처 조사기준은 9억원 이상 말고 최소한 2억~3억 정도로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서울청장은 "금액 한계없이 9억원 이하도 조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조사 인력이 적어 어려움이 있지만 조사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