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측정 땐 5년간 15% 감축 제시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할 때 드는 부대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청이 '납세협력비용'의 규모를 새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세율을 낮추지 않고서도 실질적인 감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지 않기에 납세자와 과세당국 양쪽이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다.
18일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세청은 '납세협력비용 현황 파악 및 분석'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납세협력비용은 증빙의 수취·보관, 신고서 작성·제출, 세무조사 등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 비용을 의미한다.
납세협력비용을 측정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업종·규모별로 납세비용의 규모라든지 주로 어떤 분야에서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측정한 뒤, 납세자별(법인·개인·비사업자)로 비용 감축을 위한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2008년 최초로 납세협력비용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2007년 기준으로 정부가 세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납세자들이 부담한 각종 비용은 약 7조6300억원이었다. 이후 전자세금계산서 도입 등의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이어졌으며, 세정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2차 측정(2013년 조사)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비용을 어느 정도 줄이는 결실을 맺었다.
실제 2011년 기준 납세협력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0.8% 수준인 9조8878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07년(GDP의 0.85%인 7조6000억원)에 비해 규모는 2조2600억원이 늘었으나, GDP 대비 비율로는 0.0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사실 세금을 공제받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를 간소화하고 세금신고를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 납세자는 부대비용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국세청은 2차 측정 결과를 발표한 후 증빙발급, 증빙수취·보관, 장부기장, 세무 신고·납부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2016년까지 2011년과 비교해 15% 감축할 계획을 설정했다. 가령, 세금 1000원당 납세협력비용 55원을 47원까지 낮춘다는 것이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때 납세협력비용에 대한 3차 측정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그간 국세청의 노력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목표 달성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14년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이과세자의 부가가치세 신고횟수 축소, 개인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예정신고의무 폐지, 공급가액 10억원 이상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도입 등 국세청의 3개 과제에 따라 납세협력비용(2013년 대상 기준)이 약 32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모바일 신고, 전자 서비스 등 납세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에서 납세비용이 더 줄어들 여지가 높다.
다만 지난 2015년 '연말정산 파동'으로 재정산이 이루어지면서 수 십 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당초 목표치가 사실상 '물거품'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은 납세비용 감축 목표 달성여부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는데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5년여 간격으로 납세협력비용을 측정하고 있는데, 아직 측정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모의 추이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 "이 조사는 궁극적으로 납세비용을 측정한 뒤, 납세자가 세금을 낼 때 드는 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