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9일 "최근 미군기지 이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추진으로 연기·공주·평택지역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며 "오는 10일부터 20일 동안 이들 지역의 투기심리 확산방지와 투기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를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국세청의 방침은 '부동산'을 매개체로 삼아 재산을 불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시장을 문란케 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가 여러 차례 걸쳐 발표한 부동산 정책, 투기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려고 시도하는 투기자들을 국세청이 나서 심판대에 올려 투기가 재산증식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그동안 떼어먹은 세금을 추징당하거나 검찰에 고발되는 등 개발예정지를 무대로 활개를 치던 투기자들의 기세가 한 풀 꺽일지 주목된다.
■ 조사배경·조사지역 어디인가
일단 국세청의 이번 레이다에 걸려든 지역은 행정도시 건설예정지역인 연기·공주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일대와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지역이다.
국세청은 이들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투기혐의자 130명(평택지역 79명, 공주·연기지역 51명)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평택의 경우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169명을 조사한데 이어 세 번째 대규모 조사다.
연기·공주지역도 올해 들어서만 1월과 4월 이후 세 번째다.(2003년 이후로는 무려 9차례의 세무조사가 있었다.) 이들 지역은 대규모 개발 예정지로 선정이 된 상태이며 이에 따른 가격상승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사실상 국세청이 이들 지역에 대해 세무조사라는 무기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이 평택지역 투기혐의자 79명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최근 미군기지이전과 관련한 토지보상에 따른 대토 수요 예상 등으로 평택지역의 일부 토지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른 것.
연기-공주지역의 경우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본격추진으로 배후지역 등에서 가등기·근저당권 설정방법으로 미등기 전매 등 위법·탈법행위 발생과 농지·임야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
따라서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가격상승을 부추기거나 이에 편승해 큰 이득을 내고서도세금을 내지 않거나 과소신고하는 등 부당이득을 취한 이들 및 투기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 조사강도는 어디까지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에 동원되는 자금에 대해서는 그 원천을 끝까지 추적하는 강력한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소득은 세금으로 환수되도록 투기조사시에는 실거래가 파악을 위한 금융거래 추적조사와 양도대금 사용처 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대상 지역중 연기·공주지역의 경우 51명을 조사하는데 무려 100명의 조사요원이 동원됐다. 투기혐의자 1명당 조사요원 두 명꼴인 셈이다. 조사기간은 최장 60일 동안이라고 대전청은 밝혔다. 보통 부동산 투기조사를 20일정도 이루어지는 것에 비교하면 3배가량 길다.
이와함께 대전국세청은 "이번에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례 이외에도 토지 등 거래자료 1만9000여건을 정밀 분석했으며 이 중 112명이 부동산 투기혐의가 짙은 것으로 나타나 내사 중" 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불법거래 및 고액 세금 탈루 혐의자는 조사대상자로 선정하고 행정도시 예정지역에 투기 혐의자는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 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 그치지 않고 4차, 5차 조사도 언제든지 실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국세청은 지금까지는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의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왔으나 앞으로는 자체 정보수집은 물론 전국 세무서에 '부동산투기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며 이 신고센터에 접수된 정보는 우선적으로 분석, 즉각적인 세무조사에 나설 것 이라고 밝혔다.
■ 국세청 그동안 세무조사 얼마나 효과 거뒀나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바람이 한창이던 지난 2003년 이후 지난 4월 말까지 무려 6217명의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총 5630억원을 '탈루세금' 명목으로 추징했다. 혐의자 한 사람당 9000여 만원씩의 세금을 추징한 셈이다.
조사대상자 6217명 중 73명은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조세포탈혐의 등을 얹어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강도높게 대처했다. 1632명은 부동산 관련 법규위반자로 분류돼 관련기관에 통보 돼 또 다른 형태의 제재를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2003년 이후 부동산 투기와 관련 세무조사를 벌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관련 충청권(9회) 1712명, 1545억원 ▲미군기지 이전 관련(2회) 169명 92억원 ▲서울·수도권 지역 아파트 2176명 2214억원 ▲수도권·충청권 중개업소 단속조사(2회) 810명 30억원 ▲투기조장 기획부동산업체(3회) 42개 727억원 ▲기타 지방청별 기획조사(20회) 1308명 122억원을 추징했다.
■ 세무조사로 땅값 다스리기 성공할까?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은 '세무조사' 라는 칼을 지닌 국세청만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망국병이라 일컬어지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규제책을 동원해 직·간접적인 투기방지에 힘썼지만 투기행위는 뿌리 뽑히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탈법과 잇속을 챙기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는 결과적으로 '세금'을 매개로 삼아 투기행위를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세청은 현재 부동산투기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상황별·단계별로 4단계로 나눠진 투기대책을 세워놓고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투기발생지역이라 판단되는 즉시 투기혐의자와 조장세력을 가려내 철저히 세무조사 하는 등 적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상률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현재 전국 1만3000 아파트 단지 가운데 180개 지역을 투기발생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며 "토지와 관련해서도 전국을 247개 지역으로 나눠 14개 지역을 투기발생지역으로 보고 있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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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연기·공주·평택 투기혐의자 130명 세무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