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세청이 핸드폰 부품 등 용도로 사용키 위해 MCP(복합구조칩)를 수입하는 업체들에게 무려 2935억원의 부족분 관세를 추징한 것과 관련해 업체들이 최근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 정부와 업계간 세금부과 정당성을 사이에 둔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10일 관세청과 국세심판원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현재 MCP과세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접수된 불복은 모두 51건 2565억원으로 국세심판원에 46건(심판청구), 관세청에 5건(심사청구)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외국계 기업인 도시바 등 몸집 큰 기업들이 불복을 제기한 액수만도 23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MCP 과세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MCP(복합구조칩)란 핸드폰 등 전자기기에서 동영상 등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디바이스로 사용되며 하나의 칩 속에 여러 개의 IC(Flash Memory IC+SRAM IC)를 합쳐 패키지화한 제품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시바의 한국법인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관세율 8% 부과 대상인 MCP를 수입하면서 과거 2년간 세율을 0%로 신고했다며 도시바측에 547억원, 삼성전자에 1500여억원, LG전자에 270억원을 각각 추징했다.
관세청은 특히 지난 1996년 신고수리제로 전환한 후 수입자가 스스로 세액을 신고토록 해왔고 MCP의 경우 개별 IC를 여러 개 합쳐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HS품목분류 상 관세율 0%가 적용되는 IC로 분류할 수 없고 관세율 8%가 적용되는 제품으로 분류했던 것.
이에 따라 관세청으로부터 관세를 추징당한 업체는 145개 업체에 액수는 2935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입하는 MCP가 상당부분 수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관세를 환급 받게 되어 있어 실제 추징액은 1000억원대를 약간 상회한 수준이다.
■ 업체들 얼마나 추징 당했나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무려 1564억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외국계 기업인 도시바가 547억원을 추징당했으며, 또 LG전자가 270억원을 추징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3개 업체에 대한 추징금액도 2381억원이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관련 관세를 추징당한 업체 수는 총 145개 업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MCP를 넣어 만든 제품을 다시 수출해 수출분에 대한 세액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추징액의 상당 부분을 돌려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년전 부분까지 포함해 거액을 추징 당한 기업들은 생각지도 못한 관세추징액은 물론이거니와 추징당사자인 기업에 소명의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채 2년분을 소급과세한 것에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현재 소송대리인을 선정(삼성전자-법무법인 율촌, LG전자-법무법인 충정, 도시바-법무법인 김&장 등)해 국세심판원과 관세청에 각각 이의신청 및 불복청구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 관세청, "과세 논리 명확"‥업계-정부 '안개속' 싸움
-심판원 결정에 희비 엇갈릴 듯
관세청은 지난 3월초 국세심판원에 세금 추징 이유 등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고 대리인을 선정(법무법인 태평양)해 대립각을 곧추 세우고 있다.
관세청은 IC를 여러 개 합쳐 놓은 형태인 MCP를 개별 IC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는 한편 WCO교토협약, 미국, 일본 등에도 부족세액을 추징한 규정이 있음을 들어 업계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국세심판원은 현재 이 사건들을 제2심판부 6조사관실에(김용민 상임심판관) 배정하고 실질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심판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진행상황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간의 과세정당성을 사이에 둔 대립도 대립이지만 사건을 각각 수주 받은 법무법인간 논리대결도 관심이다. 특히 기업들이 선정한 대리인(충정, 김&장, 율촌)과 관세청이 선임한 대리인(태평양)들이 상당한 '실력'을 갖춘 법무법인들인 관계로 이들이 벌일 논리싸움도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