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으로 인해 일산센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건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무조건적인 매각보다는 다른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센터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의 금고가 설치돼 있어 막대한 해체비용을 부담할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예탁원도 이 비용을 감안해 저가 매도에 나서고 있어 국고가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예탁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예탁원은 자산관리공사 공매시스템(온비드)에 앞서 22번이나 유찰된 일산센터의 입찰공고를 다시 냈다.
예탁원은 거래소에 거래되는 주식, 채권, 금 등을 예탁받아 보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공공기관이다. 이를 보관하는 주 금고가 일산센터 내에 설치돼 있다.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된 일산센터는 지하 1~5층까지 자동화 금고가 마련돼 있고 지상 5층에는 주 전산센터가 있다. 일산센터 금고에 보관 중인 주식과 채권의 시가는 3700조원에 달하고 금도 150억원 상당이나 보관 중이다.
유 의원은 "이미 22차례나 유찰된 것은 건물의 특수성 때문인데 이 건물을 누군가 산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금고를 해체해야 한다"며 "금고와 전산센터에 보관 중이 자산과 데이터에 대한 관리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최대 30개월간 예탁원에 사용을 허가해 줘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경우 수도권에 보유 중인 청사를 매각하라'는 정부의 지침 때문에 예탁원은 감정가 대비 103억원이나 싼 506억원에 23차 입찰공고를 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예탁원이 일산센터를 팔더라도 이런 규모의 금고를 새로 설치해야만 하는데 금고설치 비용만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 의원은 "일산센터 건물이 팔리면 당장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3700조원이 넘는 주식, 채권, 금을 보관할 곳이 없다"면서 "건물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청사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