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끝이 보이네" =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진행된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는 '국세행정개혁 TF' 논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와 다스의 물납 문제 등 여러 문제 거론이 됐지만 그닥 큰 파급력은 없었다는 평가다. 정권교체 후 첫 국정감사 치고는(?)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 속에 기재위는 31일 기재부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종합감사를 끝으로 기나긴 대장정을 마친다.
30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고 있는 다스의 차명계좌 의혹,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딸의 증여세 쪼개기 논란으로 점철됐다.
여당에서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와 다스의 물납 문제에 대한 공세를 펼쳤고 야당에서는 홍 후보자의 증여세 쪼개기 의혹을 제기하며 대여 공세를 퍼부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여당에서는 정부에 힘을 실어줬지만 야당에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재위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2008년 내린 유권해석이 있다. 비실명자산에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90% 원천징수율하라는 금융실명제법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당시 이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4조5000억원의 금융자산을 '차명계좌 명의가 가상의 인물이 아닌 금융실명법상 실명 확인을 한 명의이므로 특정인의 비실명 자산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과세를 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이것은 봐주기 위한 해석이다. 당시 금융위원회에서 누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해서 잘못된 것을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파악한 뒤 말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 역시 "금융위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금융자산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차등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기재부나 국세청도 그에 따라 과세를 하느냐"라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사실관계를 봐야 한다. 내용을 봐야하고 금융위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차명금융자산을 갖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의원은 "다스 비자금 의혹도 나왔다. 비자금이 120억원이라는 것인데, 비자금이 차명이다. 17명의 개인들이 3~4개씩 120억원을 가지고 있다가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인 다스로 옮겨지는데 똑같이 과세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윤 의원도 "삼성의 차명계좌만이 아니라 다스의 차명계좌도 똑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2008년 명의변경을 하면서 당시 기재부도 국세청에 차등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했는데 이것이 과세를 적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다스의 차명계좌도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내용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스의 주인도, 전직 대통령도 법에 따라 처리하느냐"고 집요하게 물어보자 한 국세청장은 "그 누구든지 간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양대 세입기관 수장의 만남' = 한승희 국세청장(사진 우측)과 김영문 관세청장이 본격적인 국정감사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종학 딸' 불똥 튄 기재위…'보복 세무조사' 논란
지난 19대 국회에서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기재위 피감기관장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홍 후보자의 '증여세 쪼개기' 논란이 불거졌다.
홍 후보자의 딸은 외할머니에게 상가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홍 후보자의 부인에게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각 1억1000만원씩 총 2억2000만원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었으며 연 4.6%의 이율로 올해 채무계약을 연장했다. 딸이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이자는 1842만원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자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며 이율배반적이다. 특목고 폐지 주장을 해놓고 딸은 학비가 1500만원에 달하는 국제중에 다닌다"며 "이런 분이 김 부총리와 함께 할 때 진정성 있게 중소벤처 정책을 만들어낼지 우려된다. 이런 후보자가 경제팀으로 온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며 "국회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 지 모르지만 경제팀 일원으로서 조정과 협력을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에 추 의원은 "우회적으로 불편한 것을 표현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하자, 국감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국세청에 화살을 돌렸다.
정 의원은 "미성년자와 부모 간 금전소비대차계약을하고 증여세를 탈루 하면 국세청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라고 물은 뒤 한 국세청장이 답변을 내놓지 않자 정 의원은 "이렇게 다 상속세 탈루하면 되느냐.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실세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국세청에 보복성 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영선 의원은 "이현주라는 사람이 김영재 병원의 중동진출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의 검찰 수사기록을 받아 왔다"며 "이 내용을 보면 임환수 전 국세청장과 안종범, 우병우 전 수석이 다 세무조사 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세청에서는 '세무조사를 한 적이 없다'며 거짓답변을 해왔다"며 "국세청장이 당시 조사국장 아니었느냐, 입장이 난처할 건데 양심에 비추어서 국세청이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지 않냐"고 날을 세웠다.
한 국세청장은 "보여준 자료만 가지고 구체적인 내용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이건 이렇습니다" = (왼쪽부터)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영록 세제실장,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국정감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공격하는 野, 수비 나선 與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첨예한 대립도 이어졌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다른 정권에서 한 혁신성장을 토대로 해서 한국적인 혁신성장을 구축해야 한다. 역대정권 차별화하겠다고 하지 말라"며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다. 하루 아침에 대기업을 배제하고 벤처중소기업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노동생산성이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인 상황에서 급격한 임금인상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 근본적으로 취약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늘려야 한다"며 "임금에 무리하게 손을 대는 것은 시장체계에 손을 대는 것이고 자본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한국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한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주도성장이 쌍끌이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회의를 갖거나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며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저출산 문제 양극화가 문제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선 나아갈 수 없다는 반성과 토대 위에 소득주도성장론이 만들어졌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 성장만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힘들기에 혁신성장도 같이 가야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지속가능한 경제로 가기 위해 경제 구성원들 간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안 된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지난 국세청 국감에서 논란이 됐던 '국세행정개혁 TF'에 대한 논란도 다시 제기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과거 정권의 세무조사가 문제가 있었다면 이는 감사원에 맡겨야 한다. 국세청 직원들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인데, 감사원에 의뢰할 생각이 없느냐"라며 "국가공무원으로서 국세청 내 이런 TF를 만드는 것이 괜찮느냐"라고 따졌다.
한 국세청장은 "TF는 그 자체를 유지함으로써 국민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재발방지 등 미래지향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세청이 의혹과 논란을 벗어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