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수사 선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를지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4년 동안 청와대에 전달된 특수활동비는 40여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 및 유용을 지시했거나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권 시절 문고리 권력들에 의한 희대의 세금도둑질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현찰로 따박따박 챙겨왔다면 이는 역대 모든 부정부패를 능가하는 단군 이래 최악의 도적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의 최측근들인 만큼 상납 받은 돈의 최종 사용자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한다"면서 사실상 상납 받은 돈의 최종 사용자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안보를 위해 쓰여야 할 국민혈세를 개인통장에서 용돈 빼 쓰듯이 사용한 것"이라면서 "정권의 이익만을 위한, 천인공노할 반국가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짓"이라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사용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맞춤옷을 제작한 서울 강남 의상실에서 최순실씨가 현금으로 지급했던 돈이 국정원이 상납한 특활비에서 나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촉구했다.
노 원내대표는 TBS 라디오에 나와 이같이 밝히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국정원을 국가의상실이라고 명명해야 하고, 박 전 대통령은 이 특활비와 관련해 수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