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더팩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공개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 항소심 공판에서 박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임원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특검은 박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 등을 공개하고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이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대가를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2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공개했다. 사진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박 전 삼성전자 사장. <사진: 더팩트>
특검은 2016년 1월 박 전 사장이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의 연결성을 강조하면서 '부정한 청탁'의 근거로 제시했다.
특검의 박주성 검사에 따르면 2016년 1월 12일 작성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이재용 부회장 인사', '삼성계획 정부지원', '승마협회 필요한 것 마사회 지원'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박 검사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비타나, 라우싱 등 말을 구입해주고 이를 전해들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얘기해 삼성 측에 고맙다는 의미로 '이재용 부회장 인사'라는 표현이 안 전 수석 수첩에 언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검사는 "2016년 1월 11일 박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에는 '그랑프리급 말 세금포함 160만 유로'가 기재돼 있다"며 "황 전 전무가 박 전 사장에게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박 전 사장이 '오케이'라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2일에는 박 전 사장과 장 전 차장이 미팅을 갖고 김 전 문체부 제2차관에게 '다음주에 만났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낸 후 18일 실제로 삼성전자 독일법인 계좌에서 말 대금이 이체됐다는 것이 특검 측 주장이다.
안 전 수석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1심 재판 증언에서 "대통령이 직접 불러준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라며, "현 전 마사회장에게 전화해 이 부회장에게 '인사'하라고 들었다"는 진술을 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박 검사는 "당시 박 전 사장이 그랑프리급 말 구입대금을 허가하고 실제로 독일 삼성법인 계좌에서 대금이 지급됐다"면서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에 대한 '감사인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은 안 전 수석 수첩에 언급된 '삼성계획 정부지원'도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에 대해 보답할 것을 지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했다.
박 검사는 "1월 12일 당시 삼성의 현안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었다"면서 "당시는 금융위원회에서 전환이 검토되던 시기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문자의 일부분만 편집해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2014년 11월부터 약 9개월간의 박 전 사장 문자메시지에는 최씨 모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문자메시지에서 언급된 '그랑프리급 말 구입'은 비타나, 라우싱이 아닌 '카푸치노'라는 말로 정씨와는 관계없다"고 항변했다. 이미 예정된 말 계약이었고 공적인 올림픽 승마지원이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박 전 사장의 문자 내용은 거의 일상적인 대화 수준이고 만약 최씨 모녀와 박 전 대통령 관계를 알았다면 문자에도 관련한 내용이 들어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또 "안 전 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삼성계획 정부지원'도 특검이 관련 짓기 위해 지나친 논리비약을 시도한다"며 "전부 마사회, 승마협회 관련 내용 뿐인데 뜬금없이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당시 대외협력을 담당한 박 전 사장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에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이날 공판은 특검 측 서증조사가 길어져 삼성측 서증조사는 16일 공판에서 이어진다.
다음 공판 기일은 9일 오전 10시에 항소심 첫 증인신문으로 열리며, 변호인 측의 강기재 삼성전자 과장과 남찬우 문체부 서기관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